사람들은 ‘세균 = 곧 질병’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매일 수많은 세균을 접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갑니다. 문제는 지나친 두려움이 생활을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입니다.
1. 음식과 관련된 지나친 걱정
바닥에 떨어진 음식 : 5초도 안 돼서 집어 든 음식을 절대 못 먹는다며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개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씻지 않은 과일·야채 : 시골에서 딴 딸기나 텃밭에서 갓 딴 오이를 옷에 쓱 닦아 먹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런다고 해서 병이 난 사례는 거의 없죠.
공용 숟가락, 젓가락 : 가족끼리 반찬을 같이 집어 먹는 것이 세균 감염으로 이어질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문제 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온 식구가 항상 한 냄비에서 각자의 수저로 찌개를 퍼 먹었지만 이런 것으로 감염병에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2. 아이들 관련 과도한 위생 집착
- 땅에 떨어진 장난감 : 아이가 떨어진 장난감을 주워 입에 넣었다고 난리를 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이런 과정을 거치며 면역을 키웁니다.
- 자연스러운 더러움 : 모래놀이, 흙 만지기, 강가에서 물장구치기를 꺼려하는 부모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오히려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 옛날과 비교 : 예전에는 할머니가 씹은 음식을 손주에게 먹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같으면 위생 논란이 되겠지만, 실제로 큰 해는 없었습니다.
- 똥을 먹어도 됨: 아기들은 부모가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똥을 집어 먹기도 하지만 그런다고 똥의 병균에 의해 감염질환이 생기지 않습니다.
3. 일상 속 위생 강박
- 지나친 손 세정제 사용 : 화장실을 다녀올 때마다, 혹은 무엇을 만질 때마다 계속 손 소독제를 뿌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피부만 건조해지고, 오히려 습진 같은 피부 질환을 만들기도 합니다.
- 공공장소 기피 : 엘리베이터 버튼이나 지하철 손잡이를 잡지 않으려고 휴지나 장갑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당히 손 씻기만 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유행 이후에는 병원에 올 때 세균 옮는다고 투명 비닐을 머리에 쓰고 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 옷 과잉 세탁 : 외출 후 입은 옷을 무조건 뜨거운 물로 소독 세탁해야 안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세탁만으로도 충분합니다.
4. 자연과 거리 두기
- 반려동물 기피 : 개나 고양이를 만지면 병에 걸릴까 두려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위생만 지키면 함께 살아가는 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 자연산 먹거리 기피 : 산나물이나 야생 과일을 전혀 믿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잘못된 채집은 위험하지만, 무조건 세균을 이유로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 흙과의 접촉 회피 : 정원 가꾸기나 농사일을 할 때 흙을 만지는 걸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흙 속 세균은 대부분 해롭지 않고, 오히려 면역 자극을 주어 건강에 이롭습니다.
5. 모든 세균이 적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숨 쉬고,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는 모든 과정에서 세균은 항상 함께합니다. 공기, 물, 흙, 심지어 우리의 손과 피부에도 수많은 세균이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매번 이것들에 의해서 질병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세상에 존재하는 일반 세균 대부분은 병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들은 우리와 공존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세균 = 곧 질병”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 결과 불필요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생활이 불편해지고, 자녀들까지 위축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6. 병을 일으키는 것은 ‘특별한 병원체’입니다
질병은 단순히 세균을 만졌다고 해서 걸리는 것이 아닙니다. 병원성 세균이나 병원성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투하고, 그것이 호흡기나 소화기와 같은 취약한 통로를 통해 들어올 때 비로소 발병합니다.
예를 들어,
- 코감기는 감기 환자가 만진 물건을 우리가 만지고, 그 손으로 코를 비비거나 입술을 만질 때 바이러스가 코나 입의 점막을 통해 들어와 발생합니다.
- 장염 역시 환자가 설사로 배출한 바이러스가 환자의 옷이나 손에서 묻었다가 그가 만진 곳을 우리가 만지고, 그 손으로 입술을 만지거나 맨손으로 음식을 집어먹을 때 생깁니다.
- 일부 풍토병은 쥐나 파리 같은 동물이 음식을 오염시킨 경우 생길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즉, 질병은 단순히 세균을 접촉했다고 해서 걸리는 것이 아니라, 아직 살아있는 특정 병원균이 입·코·호흡기·소화기와 같은 경로로 들어왔을 때만 생기는 것입니다.
7. 대장에도 많은 세균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 피부와 대장에는 이미 수많은 세균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대장에는 수백조 마리의 대장균을 비롯한 다양한 세균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서로 균형을 이루며 '대장 내 세균총(microbiota)'을 형성하고, 우리의 소화와 면역 유지에 도움을 줍니다.
만약 우리가 실수로 일반 세균을 먹는다 해도 대부분 위산에서 죽거나, 살아남더라도 기존 장내 세균들과 섞여 대장에서 살며 별다른 문제 없이 공존하게 됩니다. 이처럼 일반 세균은 질병을 일으키지 않고 오히려 건강 유지에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8. 몸 밖에서는 병원균도 오래 살지 못합니다
또 하나 기억할 점은, 설령 병원균이 묻은 물건이라 해도 몸에서 배출된 세균, 바이러스 등은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죽는다는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 2~3일이 지나면 바이러스나 병원성 세균의 생존력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따라서 오래된 물건이나 자연에 노출된 오염물로 인해 병이 옮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어디에 세균이 묻었을까?”라는 불안을 키우며 일상에서 과도하게 손 소독을 하거나, 아이들이 흙을 만지지 못하게 하고, 조금만 지저분해 보여도 걱정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이는 과학적 사실과 거리가 있는 불필요한 두려움일 뿐입니다.
9. 알면 자유로워집니다
결국 문제는 “모르기 때문에” 생깁니다. 세균의 본질과 병원균의 특성을 제대로 알면, 불필요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세균이 항상 질병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병원균은 특정 경로로만 우리 몸에 들어온다는 사실, 밖에서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죽어 없어진다는 사실을 알면 과잉 염려 대신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전염을 막는 방법은 단지 입술을 만지거나, 코를 후비거나, 빵이나 과일 등을 맨손으로 집어먹을 일이 있다면 이 전에 손을 씻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감기 걸려서 기침하는 사람과 좁은 실내나 승용차 안에서 함께 있는경우는 미세먼지 차단 지수가 높은 마스크를 껴고 있으면 됩니다. 세균이나 곰팡이가 확실히 증식한 음식 등은 당연히 안 먹고 있을 것이니 문제가 안 됩니다. 이런 경우들을 제외하면 그 외의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은 대부분 걱정을 놓고 편하게 사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자녀들을 과도하게 절제시키거나, 육아 도우미들에게 항의하고 싸우고 하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세균은 우리 삶과 분리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일반 세균과 병원균을 구분하지 못하면 불필요한 두려움과 불편이 생깁니다. 그러나 그 차이를 이해하고, 꼭 필요한 위생만 지킨다면 우리는 훨씬 자유롭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과잉 걱정은 버리고,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현명하게 살아가는 것이 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