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유산균, 유익균의 힘 ③ : 불안증, 우울증, 스트레스를 이긴다

최닥의 건강노트 2025. 7. 18. 16:48
반응형
SMALL

 

“장을 고치니 기분이 좋아졌어요.”

한때는 농담처럼 들렸던 이 말이 이제는 과학적으로 근거를 얻고 있습니다. 의학계와 영양학계에서는 우리 몸의 장내 미생물, 특히 유익균이 소화 활동이나 면역력 뿐만 아니라 우울증, 불안, 스트레스 같은 정신 건강 문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장이 ‘제2의 뇌’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별일 아닌데도 자꾸 신경 쓰이고, 작은 일에도 불안하거나 우울하다면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는 혹시 장내 유익균이 줄고 염증이 생기면서 뇌의 세로토닌 생성이 줄어서 감정 조절이 어려워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음으로 읽어보고 장 건강을 신경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장-뇌 축: 소화기관과 뇌의 소통

우리 몸의 장과 뇌는 마치 하나의 팀처럼 긴밀하게 소통합니다. 이를 ‘장-뇌 축(Gut-Brain Axis)’이라고 부르는데, 신경, 호르몬, 면역계를 통해 양방향으로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즉,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가 아프거나, 설사가 나거나, 소화가 안 되는 경험은 흔하죠? 반대로 장이 불편하면 기분이 가라앉고 무기력해지는 것도 이 장-뇌 축 덕분에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이 복잡한 소통의 핵심에는 바로 장내 유익균이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 몸에 필수적인 다양한 물질을 생성하고 조절하며, 뇌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생성에도 깊이 관여합니다. 놀랍게도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의 약 90%가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뇌에서 직접 사용되는 세로토닌은 뇌 안에서 따로 생성되지만, 장내 환경이 뇌의 세로토닌 생성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세로토닌: 장에서 시작되는 행복 신호

세로토닌은 기분, 감정, 수면, 식욕, 통증 인식 등 다양한 정신적·생리적 기능에 관여하는 핵심 신경전달물질입니다. 세로토닌 수치가 적절하면 평온함, 만족감, 자신감이 높아지지만, 부족하면 우울감, 불안, 무기력감, 분노 조절의 어려움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장에서는 우리 몸 세로토닌의 약 90%가 만들어지지만, 이 세로토닌은 뇌로 직접 들어가지는 못합니다. 뇌에는 ‘혈액-뇌 장벽(BBB)’이라는 보호막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장내 유익균은 여러 간접적인 방식으로 뇌의 세로토닌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럼 장에서 만들어진 세로토닌이 어떻게 뇌에 영향을 미칠까요? 장에서 생성된 세로토닌은 혈액 속으로 분비되지만, 뇌는 ‘혈액-뇌 장벽(BBB: Blood-Brain Barrier)’이라는 굳건한 방어막을 가지고 있어 세로토닌 분자가 직접 통과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장내 유익균은 여러 간접적인 방법으로 뇌의 세로토닌 시스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1. 뇌에서 세로토닌 합성을 도와줍니다

세로토닌은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을 원료로 만들어집니다. 트립토판은 뇌로 들어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아미노산 중 하나예요. 그런데 장내 유익균이 많으면 트립토판이 뇌로 들어가서 세로토닌으로 잘 바뀌게 됩니다. 반대로, 장에 염증이 많거나 유해균이 많으면, 트립토판이 다른 쪽(스트레스 반응과 관련된 ‘킨유레닌 경로’)으로 빠져버려
뇌에서 세로토닌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못할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장 건강이 좋고 유익균이 많은 환경일수록, 뇌 속 세로토닌도 더 잘 만들어질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는 것입니다.

 

 

여러 행복 호르몬들

 

 

 2. 신경을 통해 긍정적 신호를 보냅니다

장과 뇌는 미주신경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장내 세로토닌이 미주 신경을 자극하면 → 뇌에서 기분 관련 회로가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결국 뇌의 감정 활동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3. 염증을 줄여 뇌를 보호합니다

유익균은 장내 염증을 줄여주고, 이는 전신 염증과 뇌 염증까지 완화시켜 세로토닌 시스템이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도와줍니다.

 

우울증, 불안, 스트레스와 장내 미생물의 연관성: 과학적 근거

다양한 연구들은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겪는 사람들에게서 장내 미생물 다양성 감소나 유해균의 비정상적인 증가가 관찰된다고 보고합니다. 특히 특정 유익균의 감소가 주목되는데요, 이들은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락토바실러스: 스트레스 완화와 항우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유산균입니다.
  • 비피도박테리움: 항염증 작용과 함께 GABA(가바) 생성을 촉진하여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GABA는 뇌 활동을 진정시키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실제로 우울 증상을 가진 성인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4주간 섭취하게 한 임상 연구에서는, 위약군에 비해 우울감과 불안감이 눈에 띄게 감소했으며, 뇌 영상(MRI)에서도 스트레스 반응이 줄어든 것이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유익균 섭취, 정신 건강에 실제로 효과 있을까? (임상 연구 결과)

그렇다면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 섭취가 실제로 정신 상태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까요? 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1. 불안 및 우울 개선 효과: 무작위대조임상시험 및 메타분석

  • 다수의 연구 분석: 여러 무작위대조임상시험을 종합한 리뷰 결과, 특정 락토바실러스비피도박테리움 균주를 포함한 프로바이오틱스가 우울 및 불안 증상 완화에 효과를 보였다는 자료들이 많습니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이러한 효과가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 임상 우울증 환자 대상 연구: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으로 치료 중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고용량 프로바이오틱 보충제 투여 임상에서는 단기간(수주) 내에 우울 증상 개선이 관찰되었으며, 뇌 구조 및 기능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시사되었습니다.
  • 약물 병용 연구: 항우울제와 프로바이오틱스를 병용 투여한 그룹에서 위약군에 비해 우울 및 불안 증상이 유의하게 개선된 파일럿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 건강한 일반인 대상 연구: 레이덴 대학의 연구에서는 건강한 일반인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2주간 섭취하게 한 결과, 부정적 감정이 감소하는 효과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2. 특정 균주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통해 특정 균주들이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 Lactobacillus helveticus + Bifidobacterium longum (R0175): 이 두 균주의 조합은 불안 및 우울 증상 감소, 스트레스 완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 이중맹검 RCT가 존재합니다.
  • Lactobacillus plantarum 299v: 주요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RCT에서 염증 관련 물질인 키뉴레닌 수치 감소와 인지 기능 개선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세로토닌 생성 경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 Bifidobacterium longum 1714: 대학생 및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긴장감과 수면 품질 개선, 에너지 및 사회 기능 향상이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는 HPA축(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과 뇌파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해석됩니다.

3. 발효식품과 정신 건강의 연결고리

김치, 요구르트, 미소 된장 등 전통적인 발효식품에 포함된 유산균 또한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 김치: 스페인의 SUN 코호트 연구에서는 남성들 사이에서 김치 섭취량이 많을수록 우울 증상 발생 가능성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관찰되었습니다. 또한, 한국 남성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관찰 연구에서는 발효식품 섭취량이 많을수록 우울증 발생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요구르트: 8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에서는 요구르트를 포함한 발효유류 섭취가 많을수록 우울 위험이 낮아지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중간 정도의 섭취(예: 주 4-7회)에서 가장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으며, 동물실험에서도 요구르트 속 락토바실러스가 우울 및 불안 행동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발효식품 섭취가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높이고, 단쇄지방산 생성을 촉진하며, 염증을 억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장-뇌 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유익균을 섭취해서 마음이 밝아질 수 있다면

물론 유산균 하나를 먹는다고 해서 기분이 즉각적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장내 환경을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유익균을 늘리는 생활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면 장기적으로 정서적 안정과 스트레스 완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장내 유익균을 증식시키고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도움이 되는 실천 방법입니다:

  • 다양한 발효식품 섭취: 김치, 요구르트, 청국장, 낫토, 케피어 등 다양한 발효식품을 꾸준히 섭취하여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높여주세요.
  • 프리바이오틱스 섭취: 유익균의 ‘먹이’ 역할을 하는 프리바이오틱스가 풍부한 식이섬유를 섭취하세요. 마늘, 양파, 바나나, 귀리, 치커리 뿌리, 아스파라거스 등의 수용성 섬유질과 올리고당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은 공급원입니다. 
  •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 선택: 필요하다면 임상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특정 균주(예: Lactobacillus helveticus, Bifidobacterium longum 등)가 포함된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를 선택하여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정제 탄수화물 및 과도한 설탕 섭취 줄이기: 이러한 식품들은 장내 유해균 증식을 촉진하고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생활 습관은 장 건강과 정신 건강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스트레스 관리: 걷기, 사람들 만나기, 취미 활동 등 자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관리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트레스는 장내 미생물 균형을 깨뜨릴 수 있습니다.

 

마무리: 장을 바꾸면 생각도 바뀐다!

아직은 유익균과 정신 건강의 복잡한 인과 관계에 대해서 연구할 것이 많이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장이 단순히 음식물을 소화하는 기관 그 이상이라는 점입니다. 장내 환경이 건강하면 염증이 줄고, 호르몬 균형이 잡히며, 뇌 기능이 최적화되어 마음의 안정감과 행복감도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만약 기분이 가라앉고 마음이 지쳤다면, 진료와 약물 복용도 중요하지만, 장내 유익균을 위한 생활 습관의 변화도 함께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강한 장은 곧 건강한 뇌이며, 당신의 마음을 위한 또 다른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반응형
SM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