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에 원전이 지진과 쓰나미에 의해 붕괴되고, 그 결과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대기와 바다로 방출되었습니다. 이후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태평양에는 아직도 방사능이 남아 있을까?”
또 한 가지 궁금증도 따라옵니다. “방사능 물질은 무거우니까 다 가라앉은 것 아닌가?”
과학적인 입장에서 이 질문들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후쿠시마에서 방출된 방사능, 지금도 남아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도 일부 방사성 물질은 태평양에 존재합니다. 방사성 물질은 반감기라는 특성이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붕괴되며 줄어들지만, 반감기가 긴 물질은 수십 년 이상 환경에 남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세슘-137(C-137), 스트론튬-90(Sr-90), 삼중수소(트리튬, H-3)입니다.
- 세슘-137: 반감기 약 30년. 물에 잘 녹고, 해류를 따라 퍼지며, 생물의 근육에 축적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후쿠시마 사고 이후 몇 년 만에 미국 서해안 해역에서 소량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 스트론튬-90: 반감기 약 29년. 칼슘과 성질이 유사해 뼈에 축적될 수 있습니다. 생물 농축의 우려가 있어 장기 감시 대상입니다.
- 삼중수소(트리튬): 반감기 12.3년. 수소의 방사성 동위원소로, 대부분 ‘방사성 물’ 형태로 존재합니다. 다른 방사성 물질과 달리 정화가 거의 불가능해, 현재도 후쿠시마 오염수의 핵심 논쟁 대상입니다.

방사능 물질은 무겁다는데, 왜 가라앉지 않았을까?
많은 분들이 직관적으로 생각합니다. "방사능 물질은 무거우니까 시간이 지나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것 아닐까?"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방사성 물질의 '무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물질의 '화학적 성질'입니다.
예를 들어, 세슘-137은 물에 잘 녹는 수용성 물질입니다. 즉, 마치 소금처럼 바닷물에 녹아들어 해류를 따라 전 지구로 확산될 수 있는 형태입니다. 이처럼 용해성이 강한 방사능 물질은 물속에 떠다니며 이동하며, 가라앉지 않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이들 물질이 생물체 안에서는 화학적 유사성에 따라 특정 장기에 축적된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스트론튬은 칼슘과 비슷해서 뼈에 흡수되고, 세슘은 칼륨과 유사해서 근육에 들어갑니다. 즉, 생물학적 축적도 ‘화학적 특성’이 결정합니다.
일부 무거운 입자성 방사성 물질(예: 플루토늄)은 해양 퇴적물에 흡착되어 해저에 쌓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어디까지나 극소량이며, 용해성이 강한 핵종들이 해양 전체에 퍼져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것이 더 일반적인 상황입니다.
삼중수소(트리튬)는 왜 특별히 논란이 많을까?
트리튬은 후쿠시마 오염수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핵종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른 방사성 물질은 ALPS라는 정화 시스템으로 제거가 가능한데, 트리튬은 물과 화학적으로 너무 비슷해서 분리해낼 수 없습니다.
일본 정부는 ALPS를 통해 트리튬을 제외한 60여 종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고, 남은 물을 바닷물로 충분히 희석해 바다에 방류하고 있습니다. 방류되는 트리튬 농도는 WHO의 음용수 기준(10,000 Bq/L)의 1/7인 1,500 Bq/L 이하로 맞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마실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일본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고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와 시민단체는 여전히 우려를 표합니다. 트리튬이 생물체에 유기 결합 형태로 남게 될 경우, 축적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도 있고, 장기적으로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ALPS 방식은 정말로 안전한가?
ALPS는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정화하기 위해 만든 다핵종 제거 설비입니다. 세슘, 스트론튬, 루테늄 등 여러 핵종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여전히 국제 사회의 감시가 필요합니다:
- 알프스의 성능 지속 여부: 정화 성능이 초기와 동일하게 유지되는지, 각 처리 시점마다 효과적인지 지속 검증이 필요합니다.
- 트리튬 제거 불가능: 앞서 언급한 대로, 트리튬은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바다에 흘러들어가게 됩니다.
- 국제적 투명성 부족 우려: 처리수의 실제 성분, 농도, 방류 시점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국제적으로 투명하게 공유되어야 합니다.
- 장기 생태계 영향: 수십 년 동안 축적된 방사성 물질이 생물체나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현재도 논쟁 중입니다.
결론: “없다”가 아니라, “감시되고 있다”
태평양에는 여전히 후쿠시마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은 희석되었고, 국제 기준 이하의 농도까지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반감기가 긴 물질은 여전히 존재하고, 그 움직임과 축적 경로는 지속적인 관찰과 감시가 필요합니다.
특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완전히 안전하다”거나 “절대 위험하다”라는 극단적 표현보다는, '과학적 감시와 국제적인 투명성이 병행되어야 할 ‘진행 중인 사안’으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 바다는 전 인류가 공유하는 생명의 터전입니다.
방사능의 위험성은 ‘공포’가 아니라 ‘이해와 감시’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두려워하거나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로 안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