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불편한 증세들

정말 체한 걸까? 손발을 따서 죽은 피를 빼는 민간요법, 과연 효과가 있을까?

최닥의 건강노트 2025. 3. 24. 23:52

 

많은 사람들이 소화가 안 되거나 갑자기 속이 불편하면 "체했다"고 말합니다. 특히 어르신들 세대에서는 이런 경우 손이나 발을 바늘로 따서 검은 피를 빼는 민간요법을 시행하곤 합니다. 이른바 ‘죽은 피를 빼낸다’는 개념인데요, 과연 이 행위가 의학적으로 의미가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손발을 따는 행위는 비과학적이고 비의학적인 민간요법일 뿐이며, 체한 증상을 해결해주는 방법이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고통을 가중시키고, 아픈 사람에게 크나큰 고통을 주는 위해 행위입니다. 이제 그 이유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체했다"는 말, 정말 하나의 병일까?

우리는 흔히 위경련, 소화불량, 장염, 식중독, 편두통, 이석증 등의 다양한 질병을 모두 '체했다'고 뭉뚱그려 표현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들은 모두 서로 다른 원인과 경과를 가진 각기 다른 질병입니다. 한가지 병이 아니므로 당연히 한 가지 민간요법으로 이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체했다"고 느껴지는 증상이 있을 때에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각각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손을 따서 해결하려는 방식은 매우 위험한 오판이 될 수 있습니다.


2. 죽은 피? 정맥 피가 검은 이유는 따로 있다

손과 발을 따면 나오는 피가 검게 보여서 이를 '죽은 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 몸에는 동맥과 정맥이라는 두 종류의 혈관이 흐르는데, 피부 근처에는 정맥이 주로 위치해 있고, 동맥은 벽이 두껍고 좀 더 깊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맥은 심장에서 나와 전신으로 산소를 공급하고, 다시 심장으로 돌아가는 피는 정맥으로 흐릅니다. 온몸에 산소를 운반하는 동맥피는 붉지만, 산소를 조직에 운반해 주고 난 정맥 피는 어둡고 검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맥 피가 검은 것은 우리 몸의 정상적인 현상이지, 죽은 피라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즉, 우리가 손을 따서 빼내는 검은 피는 기능을 다하고 심장과 폐로 다시 돌아가는 중인 건강한 정맥 혈액입니다. 다시 폐로 돌아가 산소를 받아 들이면 다시 붉은 피가 되며, 이 피는 동맥을 타고 전신으로 순환합니다. 


 

3. 팔이나 다리를 문지르면 죽은 피가 몰릴까?

일부에서는 바늘로 따기 전에 팔이나 다리를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려 ‘죽은 피’를 몰아 내려온다 합니다. 그러나 이는 혈류의 방향을 완전히 무시한 비과학적인 방법입니다.

정맥 혈류는 항상 말초에서 심장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에, 아무리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려도 피가 그쪽으로 몰리지 않습니다. 설사 잠시 혈류가 느려질 수는 있어도, 곧 원래의 방향으로 돌아갑니다. 결국 이런 행위는 과학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는 일종의 심리적 위안 행위일 뿐입니다.


4. 손발을 따면 왜 좋아진다고 느낄까?

간혹 손발을 따고 나서 증상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자연적인 회복 과정심리적 플라시보 효과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편두통은 보통 2~3일이면 자연히 호전됩니다. 장염도 하루 이틀 지나면 증상이 완화되죠. 이석증 어리움도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합니다. 기타 여러가지 질병들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우리 몸의 자연스런 치유 반응으로 스스로 좋아지는 병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질병이나 완화 시점 전에 손을 땄다면, 증상이 나아지는 것을 손따기 덕분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비를 자주 맞고 다니는 아이가 늘 감기에 안 걸리다가 어느 날 감기에 걸리기만 하면 "비를 맞아서 감기 걸렸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인과관계의 착각입니다.


5. 손과 발을 따는 고통, 상상 이상입니다

실제로 손발을 바늘로 찌르는 행위는 상당한 고통을 수반합니다. 보통 열 손가락, 열 발가락에 모두 따주기를 하려면 무조건 20번을 찔러야 합니다. 일부에서 정맥이 안 찔리면 다시 찌르기를 반복해서 최소 25회 이상 바늘로 깊이 찌르는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상처가 생기고, 몸도 아픈데 이런 더 큰 고통을 안겨준다면 아이들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단지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행하는 고통스러운 시술은 이제 그만두어야 할 미신적 관행입니다.


마무리: 이제는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손과 발을 따서 죽은 피를 빼는 민간요법은, 과거 의료 지식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은 과학과 의학의 시대입니다. 각 질병마다 정확한 진단과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법이 있습니다. 

 

"체했다"고 느껴질 때는 자가진단보다는 내과나 가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합니다. 잘못된 전통은 과감히 버리고, 정확한 건강 정보를 통해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 위의 내용이 유익하고 신뢰가 되신다면 지인들에 소개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