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오시는 많은 분들이 감기 증상을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비 맞고 감기 걸렸어요.” “찬바람 쐬고 나서 감기 걸렸어요.” 어떤 분은 “바닷가에서 바람맞고 놀다 왔더니 감기 걸린 것 같아요.”, 또는 "버스에서 에어컨 바람이 너무 세더니 감기 걸렸어요" 하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사람들이 감기의 원인이라고 지목하는 경우는 더 있습니다. "이불을 차고 자서", "창문 열고 자서", "무리해서", "여행하느라 무리가 돼서", "스트레스받아서" 등등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운전을 오래 해서 감기 걸렸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참 추정하는 원인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감기가 그런 이유들 때문에 걸릴 수 있는 질병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입니다.
감기는 상기도, 즉 코, 목, 기관지 윗부분에 감기 바이러스가 침투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입니다. 무리했다고 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고, 비를 맞았다고, 찬바람을 쐬었다고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할까요?
그 이유는 감기 초기에 흔히 느끼는 ‘한기’ 때문입니다.
감기가 시작되면 몸이 으슬으슬 춥고 한기가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살 증세가 오려하는데 이때 마침 찬바람을 맞았거나, 비를 맞거나, 에어컨 바람을 쐬거나 하면 이 한기가 유독 싫고 괴롭게 느껴집니다. 그러고 나서 다른 감기 증세들이 따라옵니다. 그러니까 감기는 이미 시작된 상태이므로, 증세는 오한부터 시작했지만 기타 감기 증세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사람은 "찬바람이 싫더니 결국 그것이 감기로 진행했다"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한기부터 느껴지는 감기를 자주 앓다 보니, "찬기운이나 바람은 감기를 일으킨다"는 오해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비나 찬바람을 맞고 나서 감기 걸리는 경우는 무엇인가요? 이는 비 맞고 찬바람을 쐬기는 많이 하지만, 그중에서 감기에 안 걸리면 잊어버리고 지나가고, 감기가 걸리면 그것이 원인이라 인과관계를 연결시키는 것일 뿐입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감기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아이들을 야단치곤 합니다. 근육이 많거나, 살이 찐 아이들의 경우 더위를 많이 타니까 자다가 당연히 이불을 차내 버리게 됩니다. 그러면 부모들은 “이불 차고 자면 감기 걸린다” 하고, 밤에 에어컨을 틀면 “찬바람 쐬면 감기 걸린다”며 계속 덮어주거나 야단을 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렇게 야단맞을 이유는 없습니다. 이불을 찬다고, 에어컨 바람을 맞는다고 감기 걸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비는 어떨까요?

비를 맞으면 감기에 걸린다고들 하죠. 만약에 이 말이 맞다면 샤워를 하면 어떨까요? 샤워는 비 맞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을, 온몸으로 받습니다. 그런데 샤워한다고 감기 걸렸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감기에 걸린다 해도 늘 하던 샤워를 원인이라고 주장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와이나 동남아 같은 비가 자주 오는 나라 사람들은 우산 없이 비를 맞고 다니는 일이 흔합니다. 그렇다고 감기나 폐렴에 시달리는 사람들로 넘쳐나지는 않습니다.
만약 찬바람 때문에 감기 걸린다면 북극이나 시베리아 같은 추운 지방의 사람들은 일 년 내내 감기로 고생해야겠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무리하면 감기 걸릴까요?

만약 무리해서 감기에 걸린다면 감기는 가장 건강한 사람들이 모두 독차지하고 있을 겁니다. 사람들은 매일 무리하고 운동도 하고 야근도 합니다. 그런데 그 무리가 감기의 원인이라면, 체력이 강한 사람일수록 더 많이 아파야 하는데 그렇지 않죠. 무리로 인해 면역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는 있어도 그것이 감기 바이러스 감염의 원인은 아닙니다.
만약 바다에 다녀온 후 혹시 감기에 걸렸다면 이전에 바다에 다녀왔을 때에도 감기에 걸렸었는지 잘 회상해 보세요. 결론은 그냥 우연히 시기가 맞게 지나가던 감기에 걸린 것이라고 나게 될 것입니다.
결국 감기는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와야만 걸립니다
기침을 하거나 코를 푼 사람의 손에 묻은 바이러스가 문고리, 손잡이, 돈 같은 것을 통해 내 손에 묻고, 그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와 감염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좁은 실내에서 감기로 기침을 한다면 비말이 직접 입이나 코로 들어와서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질병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 있으면 이로 인해 사람들을 불필요하게 탓하거나 생활에 불편을 줄 수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잘못된 지식을 근거로 야단치지 말고, 손 씻기와 기침 예절, 마스크 쓰기 같은 실질적인 예방 수칙을 알려주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결론
비를 맞아도, 찬바람을 쐬어도 감기는 걸리지 않습니다. 감기에 걸리고 싶지 않다면 바이러스를 멀리하고, 손을 자주 씻고, 감기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비는 좀 맞아도 되고, 이불은 차내고 자도 됩니다. 바닷바람 쐬고 노는 것도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해도 됩니다.
'질병 예방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혼식·장례식 후, 반드시 손부터 씻어야 하는 이유 (3) | 2025.04.22 |
---|---|
하루 수분 섭취량, 얼마나 마셔야 할까? (1) | 2025.04.21 |
물에 빠진 사람을 안전하게 구조하는 법 – 구조자의 생명을 지키는 전략 (1) | 2025.04.20 |
노인과 환자에게 죽을 사다 주면 안 되는 이유 – 정성만으로 안 됩니다 (3) | 2025.04.20 |
유산균만 먹고 채소는 부족하다면? 그보다는 섬유질이 답입니다 (1) | 2025.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