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암들은 정기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지만, 췌장암은 상황이 다릅니다. 췌장암은 흔하지 않은 암이라서 정기검진도 안 하므로 초기에 발견되기 어려운 병입니다. 대개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되어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췌장암이 보내는 미세한 경고 신호를 잘 관찰하고 있다면 조기에 발견하고 완치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내 몸의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검진에 나서는가입니다. 지금부터 췌장암을 의심할 만한 증상들과, 이러한 증상들이 왜 나타나는지 그 이유를 쉽게 설명해 드릴게요.

췌장암을 의심케 하는 주요 증상과 그 이유
췌장암의 증상들은 다른 질환과 겹치거나 모호한 경우가 많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지속된다면 주의 깊게 살펴보고 전문가와 상담해야 합니다.
1. 복통과 허리 통증: '바로 누울 때 더 아프다'
췌장은 위 뒤쪽, 복부 깊숙히, 좌측 등뼈(척추) 바로 앞에 위치한 후복막 장기입니다. 이 때문에 췌장에 문제가 생기면 단순히 명치 부위만 아픈 것이 아니라, 등이나 허리까지 통증이 뻗어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통증 양상은 췌장암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 통증 부위: 주로 명치에서 시작해 등 중앙이나 왼쪽 허리로 뻗어나가는 묵직하고 둔한 통증이 많습니다.
- 통증 양상:
- 바로 누우면 복부의 장기들이 췌장을 누루게 되니 복통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옆으로 눕거나 일어나 앉으면 장기들이 누루지 않으니 통증이 완화되는 특징을 보이는 편입니다.
- 식사 후에는 췌장이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데 암이 길을 막고 있어서 소화액이 잘 나가지 못하니 통증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이땐느 소화제나 위장약을 먹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편입니다.

- 왜 허리까지 아픈가요?
- 해부학적 위치: 췌장이 척추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췌장이 붓거나 종양이 커지면 등뼈를 직접 압박하게 됩니다.
- 신경 침범: 췌장 주변에는 복강 신경총이라는 신경 다발이 있습니다. 암세포가 이 신경을 침범하면 심한 신경성 통증이 발생하며, 이 통증이 등이나 허리로 뻗쳐나갈 수 있습니다.

2. 갑작스러운 혈당 상승: '이유 없이 혈당이 오른다면?'
췌장암에 걸리면 혈당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당뇨가 없던 사람이 식습관이나 활동량의 변화 없이 50세 이후 갑자기 혈당이 오르거나, 이미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에서 혈당이 더 조절되지 않는다면 췌장암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특히 혈당 상승과 함께 이유 없는 체중 감소가 동반된다면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 왜 당이 높아지나요?
- 인슐린 생산 세포 손상: 췌장에는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을 만드는 베타세포가 존재합니다. 췌장암 종양이 커지면서 이 베타세포를 직접 파괴하거나, 옆으로 밀어내고 눌러서 정상적인 인슐린 분비를 방해합니다. 인슐린이 부족해지면 혈액 속 포도당을 낮추지 못해서 혈당이 높아집니다.
- 췌장 조직의 압박 및 염증: 종양이 췌장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거나 주변 조직을 압박하여 췌장의 전반적인 기능이 저하됩니다.
- 인슐린 저항성 증가: 암세포는 염증 물질을 분비하여 몸 전체의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기도 합니다. 즉, 인슐린이 분비되어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혈당이 조절되지 않게 합니다.
3. 황달: '피부와 눈이 노랗게 변하고 가렵다면?'
황달은 췌장암의 가장 확실한 초기 증상 중 하나로 꼽힙니다. 특히 췌장 머리 부분에 생긴 암은 십이지장과 연결된 '담도(쓸개즙이 흐르는 길)'를 압박하기 쉽습니다.
- 증상:
- 피부와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합니다.
- 소변 색깔이 콜라처럼 진한 갈색으로 변합니다.
- 대변 색깔이 황금색이나 푸른 색을 띠지 않고 회색이나 흰색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담즙이 장으로 배출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 피부가 많이 가렵습니다. 담즙 성분 중 빌리루빈이 혈액에 쌓여 피부에 침착되고 신경을 자극하여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합니다.

- 왜 황달이 생기나요?
-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은 지방 소화를 돕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중요한 액체입니다. 이 담즙은 담도를 통해 십이지장으로 분비됩니다.
- 췌장 머리 부분에 암이 생기면 바로 옆에 있는 담도를 꽈악 눌러 담즙이 장으로 내려가는 길을 막아버립니다.
- 막힌 담즙은 역류하여 혈액으로 들어가 온몸에 퍼지면서 피부와 눈, 소변 등을 노랗게 물들이고 가려움증을 유발하게 됩니다. 갑자기 나타난 황달은 췌장암의 강력한 경고 신호이니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4. 이유 없는 체중 감소와 식욕 부진
특별히 다이어트를 하거나 식사량을 줄이지 않았는데도 짧은 기간에 5kg 이상 체중이 급격하게 줄고, 식욕이 떨어지는 증상은 췌장암의 흔한 신호입니다.
- 증상:
- 별다른 이유 없이 체중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 평소 좋아하던 음식도 당기지 않고, 식욕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 특히 기름진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거나 먹으면 더부룩하고 불편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 왜 체중이 감소하고 식욕이 떨어지나요?
- 암 자체의 에너지 소모: 암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며 많은 에너지를 빼앗아 갑니다. 마치 몸 안에 '도둑'이 들어와 영양분을 훔쳐가는 것과 같습니다.
- 소화 효소 부족: 췌장은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을 소화하는 효소를 분비합니다. 췌장암으로 인해 췌장 기능이 떨어지면 이 효소들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음식을 먹어도 영양분을 제대로 소화하고 흡수하지 못하게 됩니다. 특히 지방 소화는 거의 전적으로 췌장 효소인 리파아제에 의존하므로,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되어 설사(지방변)를 하거나 속이 불편해져 기름진 음식을 피하게 됩니다.
- 대사 이상 및 식욕 억제 물질 분비: 암세포는 우리 몸의 대사 시스템을 교란시키고, 식욕을 억제하는 물질을 분비하여 뇌에 '배고프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 식욕을 떨어뜨립니다.
- 인슐린 부족으로 인한 에너지 이용 장애: 암으로 인해 인슐린 분비 세포가 손상되면 혈당은 높아지지만, 몸의 세포들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마치 굶주리는 것처럼 됩니다. 이때 몸은 부족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근육과 지방을 분해하여 사용하므로 체중이 감소하게 됩니다.
5. 소화불량, 구역질, 구토 : '위장약도 듣지 않는 불편함'
만성적인 소화불량, 식후 불쾌감, 메스꺼움, 구토 등은 흔히 위장병으로 오인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위장약에 반응이 없고 지속된다면 췌장암 가능성을 의심해야 합니다.
- 증상:
- 식사 후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한 느낌이 반복됩니다.
- 잦은 트림, 복부 팽만감, 가스가 차는 느낌이 듭니다.
- 구역질, 구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 왜 소화불량이 생기나요?
- 소화 효소 부족: 앞서 설명했듯이, 췌장암으로 인해 소화 효소 분비가 줄어들면 음식물이 제대로 분해되지 않아 소화 불량을 일으킵니다. 특히 지방 소화 장애가 두드러집니다.
- 복부 장기 압박: 췌장암 덩어리가 커지면 바로 옆에 있는 십이지장이나 위, 소장 등을 직접적으로 눌러 음식물의 이동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십이지장을 누르면 위에서 음식물이 내려가지 못해 속이 더부룩하고 구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6. 피로, 무기력, 우울감 : '삶의 에너지가 고갈된 느낌'
이유 없는 극심한 피로감, 무기력감, 전반적인 의욕 상실, 심지어 우울증과 같은 정신 증상도 췌장암의 초기 신호일 수 있습니다.
- 증상:
- 충분히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몸이 계속 나른합니다.
- 매사에 의욕이 없고 무기력함을 느낍니다.
- 이유 없이 우울하거나 불안한 감정이 지속됩니다.
-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나요?
- 암 자체의 에너지 소모: 암세포가 영양분을 빼앗아가면서 전신적인 피로와 기력 저하를 유발합니다.
- 염증 반응 및 독성 물질: 암세포가 분비하는 염증 물질이나 독성 물질이 뇌 기능과 신경계를 교란시켜 피로감과 심리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 영양 결핍: 소화불량과 식욕 부진으로 인해 영양분 흡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몸은 만성적인 영양 결핍 상태에 빠져 피로를 더욱 심화시킵니다.
췌장암 조기 발견을 위한 실질적인 조언
췌장암은 증상만으로 진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된 증상들이 하나 이상 나타나고, 특히 "탄수화물 섭취 증가나 활동량 감소 등 당뇨병이 생기거나 악화될 이유가 없는데도 당이 올라갔다"거나,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하면서 당 수치가 상승했다"면 췌장암을 의심하고 적극적인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몸의 변화를 기록하는 습관'입니다.
- 정기적인 당화혈색소(HbA1c) 검사:
- 왜 중요한가요? 일회성 혈당 검사는 검사 시점의 혈당 수치만 보여주지만, 당화혈색소(HbA1c)는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준을 나타냅니다. 음식이나 스트레스 등 단기적인 요인에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췌장 기능 저하로 인한 서서히 진행되는 혈당 변화를 훨씬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 어떻게 활용하나요? 병원에서 당화혈색소를 검사받을 기회가 있거나, 본인의 요청으로 검사받았다면 그 결과를 수첩이나 스마트폰 앱에 기록해 두세요. 그리고 다음 검사 결과와 비교해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3개월 전에는 5.8%였는데 이번 달에 6.0%로 올랐다면, 비록 정상 범위 내일지라도 '추이'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유 없는 작은 상승도 췌장 기능이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특히 50세 이상에서 생활습관 변화 없이 당화혈색소가 꾸준히 상승한다면 적극적인 정밀 검진이 필요합니다.
- 당화혈색소의 의미: 5.7% 미만은 정상, 5.7~6.4%는 당뇨병 전 단계, 6.5% 이상은 당뇨병으로 진단됩니다. 전당뇨 단계라도 이전보다 수치가 꾸준히 오르는 추세라면 췌장암의 조기 경고일 수 있습니다.
- 의료 전문가와 상담:
- 위에 언급된 증상들 중 두 가지 이상이 동반되거나, 특히 황달, 이유 없는 체중 감소와 함께 혈당 상승이 있다면 지체 없이 소화기 내과 전문의를 찾아야 합니다.
- 위험 요인이 있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50세 이상, 가족 중 췌장암 병력이 있는 경우, 만성 췌장염 환자, 흡연 및 과도한 음주력이 있는 경우라면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검사를 고려해야 합니다.
- 췌장 정밀 검사:
- 단순한 복부 초음파로는 췌장 전체를 자세히 보기 어렵습니다. 췌장암이 의심된다면 다음과 같은 정밀 검사를 고려해야 합니다.
- 복부 CT(컴퓨터 단층 촬영): 가장 기본적인 정밀 검사로, 췌장의 종양 유무, 크기, 주변 장기 침범 여부 등을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췌장암 진단에 가장 널리 사용됩니다. 가격은 저렴한데 방사선 노출이 많은 단점이 있습니다.
- 복부 MRI(자기공명영상): CT보다 더 상세한 연조직 정보를 제공하며, 특히 작은 종양이나 담도, 췌장관의 이상을 평가하는 데 유용합니다. 방사선 노출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내시경 초음파 : 내시경 끝에 초음파 기계를 달아 위나 십이지장을 통해 췌장에 가깝게 접근하여 고해상도 영상을 얻는 검사입니다. CT나 MRI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아주 작은 병변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ERCP (내시경 역행성 담췌관조영술): 내시경을 통해 담도와 췌장관에 조영제를 주입하여 촬영하는 검사입니다.
- 혈액 검사(종양 표지자): CA19-9 같은 췌장암 관련 종양 표지자 검사가 보조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암이 없어도 상승할 수 있고, 암이 있어도 정상일 수 있어 단독으로 진단하지는 않으며 다른 영상 검사와 병행하여 참고합니다.
- 단순한 복부 초음파로는 췌장 전체를 자세히 보기 어렵습니다. 췌장암이 의심된다면 다음과 같은 정밀 검사를 고려해야 합니다.
결론: 작은 신호가 생명을 살린다
췌장암은 여전히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암이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른 암처럼 정기적인 '췌장암 검진' 프로그램이 널리 보급되어 있지 않은 만큼, 우리 스스로가 몸이 보내는 신호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합니다.
이유 없는 복통과 허리 통증, 갑작스러운 황달, 설명되지 않는 체중 감소, 이유 없는 당뇨의 발생이나 악화, 만성적인 소화불량, 지속적인 피로와 우울감 등의 증상들이 나타난다면 절대 가볍게 넘기지 마세요. 특히 생활습관 변화 없이 당화혈색소 수치가 상승하는 추이를 보인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여 췌장 정밀 검사를 요청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