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콧물이 줄줄 흐르거나, 집에만 있으면 눈이 가렵고 따가운 증상이 반복된다면, 그 원인은 집안에 서식하는 집먼지진드기일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비염과 결막염뿐 아니라 천식이나 아토피 피부염도 유사한 면역 반응으로 발생하며, 한 가지 알레르기 질환이 생기면 다른 알레르기 질환이 함께 생길 가능성도 높습니다.
알레르기란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원래는 해롭지 않은 물질(알레르겐)을 위협으로 오인하고 과민하게 반응하는 현상입니다. 알레르겐의 종류와 노출 방식에 따라 흡입성, 식이성, 접촉성 알레르기 등으로 나뉘며,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 기준으로는 계절성 알레르기와 통년성 알레르기로 구분됩니다.
- 계절성 알레르기: 봄철 자작나무·오리나무 꽃가루, 가을철 돼지풀·쑥 꽃가루 등 특정 계절에만 증상이 나타납니다.
- 통년성 알레르기: 계절과 무관하게 연중 내내 증상이 지속되며, 주로 집먼지진드기, 반려동물 털, 곰팡이, 바퀴벌레 등 실내 항원이 원인이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특히 통년성 알레르기, 그 중에서 집먼지 진드기 알레르기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통년성 알레르기의 대표적인 유발 요인
아침마다 콧물이 흐르고 재채기가 멈추지 않으며, 눈까지 가려운 증상이 반복된다면, 흔히 “봄이라 꽃가루 알레르기가 또 도졌나 보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특정 계절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사계절 내내 계속된다면,
문제는 계절이 아니라 실내 환경 속 알레르겐일 가능성이 큽니다. 바로 우리가 매일 쉬고 자는 침대와 이불 속에 숨어 있는 ‘집먼지진드기’가 그 원인일 수 있습니다.
- 집먼지진드기: 매트리스, 이불, 베개, 소파 등에서 서식하며, 배설물과 사체가 주요 알레르겐입니다.
- 곰팡이 포자: 욕실, 창틀, 에어컨 필터 등 습한 환경에서 자라며, 공기 중에 포자를 퍼뜨려 알레르기를 유발합니다.
- 반려동물의 털과 비듬: 개나 고양이의 피부 각질, 털, 침 등에 포함된 단백질이 강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 바퀴벌레 항원: 주로 주방이나 다세대 주택 등에서 문제가 되며, 배설물과 사체가 알레르겐으로 작용합니다.
이처럼 계절과 관계없이 실내 환경에 상시 존재하는 알레르겐은 알레르기 증상을 더욱 지속적이고 만성적으로 악화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2. 오늘의 주제 : ‘집먼지진드기 파헤치기’
이제부터는 그중에서도 가장 흔하고 강력한 통년성 알레르겐인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집먼지 진드기란
집먼지진드기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0.2~0.4mm 크기의 미세한 절지동물입니다. 사람의 피부 각질, 비듬을 먹고 살며, 따뜻하고 습한 환경(온도 25~30°C, 상대 습도 70~80%)을 가장 좋아합니다.
- 서식지: 주로 침대, 이불, 베개, 매트리스, 카펫, 소파, 봉제 인형, 커튼 등 섬유 제품에 집중적으로 서식합니다. 특히 우리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침대는 집먼지진드기에게 최고의 보금자리입니다.
- 문제는 진드기 자체가 아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은 진드기 자체보다, 그들의 배설물(똥가루)과 죽어서 부서진 사체 조각들입니다. 이 미세한 가루들은 매우 가볍기 때문에 쉽게 공기 중으로 날아다니며 호흡기와 눈 점막으로 들어와서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기의 증상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증상을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아침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 반복적인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알레르기 지염): 특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심해지거나, 이불을 털거나 정리할 때 공기 중으로 퍼진 알레르겐을 흡입하여 증상이 유발됩니다.
- 눈 가려움증, 충혈, 눈물(알레르기 결막염): 눈이 특히 안쪽이 가렵고, 흰자가 충혈되기도 합니다. 실내에서 눈이 가려운 증상도 대부분 집먼지진드기나 실내 알레르겐 때문입니다.
- 기침, 쌕쌕거림, 숨 가쁨(천식): 기관지 천식으로 발전할 경우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 만성적인 피부 가려움(아토피 피부염): 피부가 가렵고 붉어지며, 만성적으로 긁으면 번쩍거리는 진피 흉터가 생깁니다.
3. 알레르기 극복의 핵심: 원인 물질 회피하기
알레르기를 극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발 물질(알레르겐)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원인 물질을 찾아보는 것은 이를 피하기 위한 좋은 방법입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알레르기 검사가 활용됩니다.차
대표적인 알레르기 검사
1. MAST 검사
- 혈액 검사로 한 번에 수십~100여 종의 알레르겐에 대한 특이 IgE 반응을 확인. 비용은 보통 4~8만원 정도 듭니다.
- 포함 항목 예:
- 흡입 항원: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포자, 반려동물 털 등(70개 정도 검사)
- 식이 항원: 갑각류, 대두, 우유, 달걀 등 (30개 정도 검사)
- 장점: 다양한 항원을 한 번에 검사 가능
- 주의: 곰팡이는 종류가 매우 많아서 다 검사하지 못하므로 검사에서 빠져나간 곰팡이도 원인이 될 수도 있음
2. ImmunoCAP 검사
- MAST보다 더 정밀한 특이 IgE 검사. 비용은 검사하는 항원 종류에 따라 1~5만원 정도 다르게 들어갑니다.
- MAST 결과가 애매하거나 중요한 항원에 대한 정밀 분석이 필요할 때 사용
- 1개 항원씩 선택적 검사 가능
** 알레르기 항원 검사로 모든 알레르기 원인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훨씬 더 많은 경우에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은 밝혀지지 않습니다.
원인 물질이 밝혀지는 경우 꽃가루나 곰팡이처럼 공기 중 항원은 회피가 어려울 수 있지만, 집먼지진드기처럼 실내 관리로 노출을 줄일 수 있는 항원은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합니다. 식이 항원이 양성인 경우(예: 갑각류, 대두 등)에는 음식에서 회피 전략이 효과적입니다.
4. 집먼지 진드기를 피하는 현실적인 대처 방안
알레르기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원인 물질인 진드기 노출을 최대한 줄이는 것입니다. 약물 복용은 증상을 완화하는 보조적인 수단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환경 관리입니다. 다음은 집먼지진드기를 줄이기 위한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들입니다.
침구 관리의 핵심: 이불 '펄럭임'을 최소화하기
진드기의 마른 분비물 가루와 사체 가루는 매우 가볍고 미세하여 공기 중으로 쉽게 날아다닙니다.
- 이불 펄럭이지 않기: 저녁에 이불을 펴고, 아침에 정리할 때 과하게 털거나 펄럭이는 동작은 진드기 알레르겐을 공기 중에 대량으로 퍼뜨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침구는 부드럽게 정리하고, 가능한 털지 않고 접거나 덮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이불을 털거나 많이 펄럭거리는 동작은 가능하면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 자주 세탁: 침구류(이불 커버, 베개 커버)는 일주일에 1회, 60도 이상의 뜨거운 물에 세탁해야 진드기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60도 이상의 온도는 진드기와 그들의 알레르겐을 효과적으로 죽이고 제거하는 온도입니다. 햇볕에 말리는 것도 좋지만, 단순한 일광소독만으로는 진드기 제거 효과가 낮으므로 고온 세탁이 더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수 침구 커버 사용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항진드기 침구 커버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 원리: 이 커버는 진드기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2μm(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미세 섬유로 촘촘하게 짜여 있습니다. 매트리스, 이불, 베개를 완전히 감싸는 지퍼형 인케이스먼트(full encasement) 형태로 제작되어 진드기나 배설물 가루가 외부로 나오지 못하게 밀폐합니다.
- 방수 vs. 통기성: 과거에는 방수 기능이 있는 진드기 커버도 있었으나, 방수 기능은 통기성을 저하시켜 땀이 차고 답답함을 유발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방수 기능 없이 초미세 섬유로만 촘촘하게 짜여진 통기성 좋은 비방수형 커버가 많이 나와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진드기 차단 커버" 등의 문구로 검색하여 제품을 구매해서 사용하는 것도 해볼만 합니다.
청소 시에도 '마스크' 필수, '헤파필터' 활용
매트리스나 바닥, 소파 등을 청소할 때 진드기 알레르겐이 공중에 날릴 수 있습니다.
- 진공 청소 시 방진 마스크 착용: 청소기에서 빠져나오는 배기 바람에도 알레르겐이 포함될 수 있으므로, 청소할 때 KF80 이상의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입니다. 마스크는 알레르겐이 코나 입으로 흡입되는 것을 막아줍니다. 청소 후에는 창문을 열고 공기 중에 떠다니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들을 한참 동안 환기한 후에 마스크를 벗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 헤파필터(HEPA filter) 장착 청소기 사용: 헤파필터는 0.3마이크로미터(μm) 크기의 미세먼지를 99.97% 이상 걸러주는 고성능 필터입니다. 집먼지진드기 분비물 가루나 사체 조각(대부분 1~40μm)은 이보다 크므로, 헤파필터가 장착된 청소기를 사용하면 청소 중 알레르겐이 다시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요즘 청소기에는 헤파필터가 많이 탑재되어 있지만, 모든 제품에 있는 것은 아니니 설명서를 확인해 보세요.
** 주의: 헤파필터는 '세척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이 명확히 구분되며, 대부분의 헤파필터는 세척하면 성능이 크게 떨어집니다. 제조사에서 "Washable(세척용)" 또는 "Reusable(재사용 가능)" 표기가 없는 경우 세척해서 재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가능하면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습도 조절 : 진드기가 싫어하는 환경 만들기
진드기는 상대 습도 50% 이상일 때 활발히 번식합니다.
- 실내 습도 40~50% 유지: 실내 습도를 측정하여 40~50%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건조하면 코 점막이 마르고, 너무 습하면 진드기와 곰팡이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됩니다.
- 가습기 사용 주의: 겨울철 건조함 때문에 가습기를 많이 사용하지만, 알레르기 환자에게는 습도가 너무 높아지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됩니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가습기를 사용하며, 사용 후에는 물통을 깨끗이 세척하고 건조시켜 곰팡이와 세균 증식을 막아야 합니다. 제습기를 활용하여 습도를 낮추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적절한 환기: 하루 2~3회, 10분 이상 창문을 열어 환기시켜 실내 습도를 낮추고 공기 중 알레르겐 농도를 희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진드기의 보금자리 줄이기
- 카펫, 봉제 인형, 두꺼운 커튼 줄이기: 이런 섬유 제품들은 진드기의 훌륭한 보금자리가 됩니다. 가능하면 카펫은 걷어내고, 커튼 대신 블라인드를 사용하거나, 고온 세탁 가능한 소재의 커튼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봉제 인형은 아이가 꼭 필요로 한다면 주기적으로 냉동실에 24시간 넣어 진드기를 죽인 후 세탁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잦은 청소: 먼지가 쌓이기 쉬운 가구 위, 바닥 등을 자주 닦아내고 청소하여 진드기 먹이(각질, 먼지)를 제거해야 합니다.
5. 약물 복용
알레르기 비염, 결막염, 아토피 피부염처럼 가려움이 반복되는 질환은 스스로 좋아지지 않으며, 방치할 경우 증상이 악화되고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눈을 자꾸 비비면 각막 손상이 생길 수 있고, 눙이 가려워서 강하게 깜박이다 보면 눈 주위에 깊은 주름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아토피로 피부를 과도하게 긁는 경우에도 피부 주름, 색소침착, 번쩍거리고 보기 싫은 진피성 흉터가 남을 수 있어 방치하기 보다는 약물치룔 적당히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구 약물
- 하루 한 알 복용하는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일반적이며,
- 비교적 안전하고 졸림 등의 부작용은 적지만 있을 수 있습니다.
- 매일 약을 한알씩 복용하다가 증상이 심할 때는 단기간 추가 약을 복용하거나 전문의 상담을 통해 약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점안제
- 항히스타민 성분이나 비만세포 안정제 점안액이 1차 선택입니다. 이런 약들은 부작용이 거의 없으므로 늘 소지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눈 가려움, 충혈 등의 증상에 효과적이며, 증세가 심할 경우 먹는 약과 함께 복용하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 스테로이드 점안제는 안과 의사의 판단 하에, 짧은 기간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기간 사용할 경우 백내장, 녹내장 같은 심각한 합병증 위험이 있으므로, 점안제가 꼭 필요하다면 정기적인 안압 검사와 안과 추적 관찰이 필요합니다.
마무리하며: 건강한 일상을 위한 꾸준한 노력
침대 위에서 보내는 하루 평균 7~8시간의 시간을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진드기 차단 커버 사용, 침구 고온 세탁, 청소 시 마스크 착용, 적절한 습도 조절 등 일상 속에서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꾸준히 실천해보세요. 부작용 적은 약들도 많으므로 그냥 두었다가 불편과 부작용을 경헙하는 것 보다는 병원에 방문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