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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일주일에 몇 번까지 괜찮을까? 중독의 문턱은 어디일까?

최닥의 건강노트 2025. 5. 17. 12:46

“스트레스 풀려고 좀  마시는데, 그게 어때서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하며 술을 가볍게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긴장이 풀리고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가끔’이 점점 ‘자주’로, ‘습관’으로 바뀌면서 뇌와 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알코올은 단순한 기분전환제가 아닙니다. 반복적으로 마시게 되면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신체·정신·사회적 기능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독성 물질입니다.
 
 


 몸에 나타나는 술의 부작용들

1. 간과 심장에 가는 손상

술은 대부분 간에서 해독되기 때문에, 반복적인 음주는 간세포를 손상시키고 지방간, 간염, 간경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간이 망가져도 초기에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조용히 병이 진행되고, 뒤늦게 발견되면 회복이 어렵습니다.
또한 술은 심장 박동을 빠르게 만들고, 부정맥, 고혈압, 심부전 등의 심장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마시고 나면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차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이미 심장이 경고를 보내고 있는 상태입니다.

2. 췌장염: 한 번 겪으면 절대 잊지 못할 통증

술을 마시고 다음 날 배가 심하게 아프고 구토가 멈추지 않는다면 췌장염을 의심해야 합니다. 급성 췌장염은 소화 효소가 자신의 췌장을 공격하는 질환으로, 심한 경우 응급실로 실려갈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발생합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한 번 걸리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며, 실제로 술 마신 걸 뼈저리게 후회하게 만드는 질환입니다.

3. 뇌가 망가져 감 

술은 서서히 뇌를 망가뜨려서 기억력 감소, 집중력과 판단력 저하, 성격 변화(의심이 많아짐, 참을성 없어짐, 불안, 우울), 뇌위축(전반적 인지기능 저하, 치매), 대인관계 문제(부부싸움, 폭력, 직장문제 발생) 등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개인 파괴, 가정 파괴를 일으킵니다.
 

 
 

 ‘정해진 시간’에 마시는 습관의 위험

처음엔 일주일에 한 두번, 점차 3~4회 마시다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자주 발생하면 어느 순간부터 술을 거의 매일 마시는 것이 습관화되어 버립니다. 문제는 매일 마시거나, 늘 비슷한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마시는 패턴은 뇌에 ‘학습’이 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퇴근 시간이 되면 몸이 먼저 반응하고, 그 시간이 되면 마시지 않으면 불편한 상태가 됩니다. 매일 마시던 사람은 술을 안 마시면 몸이 괴로와서 그대로 잠들기가 어렵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술이 일상의 고정된 루틴이 되면, 더 이상 기분 전환용이 아니라 알코올 없이는 편하지 않은 몸과 마음이 되는 것이죠.
 

'낮술' 이렇게 시작된다

주말이 되면 평일보다 여유가 생기고, “조금 일찍 마셔도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며 술을 당겨 마시게 됩니다. 처음엔 저녁 7시에서 점차 5시로, 그다음엔 3시로, 점심 식후 반주로.... 이러다가 결국은 오전부터 술을 마시게 되는 '낮술 습관’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집에서 혼자 마시는 경우에는 시간과 사회적 제약이 없어지므로 자제력이 더 빨리 무너집니다. 밖에서 마시는 술은 자리가 끝나면 귀가라도 하지만, 혼술은 마감을 정하기가 어렵습니다.
 

 해장술의 진짜 정체: ‘숙취 해소’가 아니다

“아침에 해장술 한 잔 마시면 정신이 맑아진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숙취 해소가 아닙니다. 오히려 금단 증상을 알코올로 다시 눌러주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혈액 속에 늘 일정한 정도의 알코올 농도를 유지하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알코올이 혈중에 낮아져 있으면 몸이 무겁고, 힘들고 하는 것입니다. 이제 술 기운으로 사는 것이죠. 이렇게 아침에 몸이 가볍고 눈이 번쩍 띄어지게 하려고 마시는 해장술을 영어로 "eye opener(아이 오프너)"라고 부릅니다. 눈이 제대로 안 떠지는데 술이 병따개 처럼 눈을 열어준다는 뜻의 이름입니다. 이정도 상태가 되면 이미 중독의 초기 단계로 들어섰다는 신호입니다. 이제 몸이 스스로 술을 원하고, 술이 끊어지면 불편함을 느끼며, 다시 채워줘야 안정되는 상태인 것이죠.
 

 핀란드 의과대 연구: 일주일 4회 이상이면 중독 위험 3배

핀란드 국립보건복지연구소(THL)와 헬싱키 의대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4회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은 알코올 중독으로 발전할 위험이 3배 이상 높다고 밝혔습니다. 중요한 점은 술의 ‘양’이 아니라 ‘빈도’가 뇌의 중독 회로를 활성화시키는 핵심 요소라는 사실입니다.
장기 추적 연구 결과, 알코올을 자주 접한 사람일수록 그들의 뇌는 알코올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있어야 정상이라고 인식하고, ‘알코올 없는 것은 비정상 상태'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결과적으로 빈번한 음주는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약화시키고, 무의식적인 음주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가장 깊고 무서운 부작용 : 가정 파괴, 사회 파괴

술의 초기 단계에서는 기분이 좋아지고 일시적으로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합니다. 하지만 계속 마시게 되면 뇌는 서서히 손상되고, 감정 조절 능력, 충동 억제력이 점점 약해집니다.
뇌가 손상받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단순히 짜증이 많아집니다. 여기서 더욱 지속적으로 알코올을 섭취하면 뇌는 점점 더 망가져서 성격이 예민해지다가, 배우자에 대한 의심이 많아지고, 참을성이 줄며, 작은 일에도 분노를 폭발시키는 성향으로 변하게 됩니다. 결국 부부 싸움이 잦아지고, 폭력성까지 나타나며, 아이들에게도 날카로운 잔소리와 소리 지름이 반복됩니다. 직장에서도 화를 잘 내게 되고, 술꾼들끼리 싸움이 잦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술을 마시는 아빠는 가족을 불안증에 시달리게 합니다

 
이런 변화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가정 전체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아이들에게는 정서적 상처를, 배우자에게는 지속적인 고통을 남깁니다. 주변 사람들과도 자주 충동적인 갈등이 벌어지고 사람들은 나를 기피하게 됩니다.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감정들을 참는 능력이 떨어지니 결국 범죄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더 지나면 머리가 둔해지고 기억력과 판단력이 떨어지며, 결국 치매로 이어질 위험도 높아집니다.
결론적으로, 알코올의 정신적 부작용은 한 사람의 건강 문제로 끝나지 않고, 가족을 무너뜨리고, 사회에 큰 해를 일으킬 수도 있는 깊은 파괴력을 가집니다.
 

 술을 매일 마시는 습관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스트레스 때문에 마신다'고 말을 합니다. 그러나 그건 핑계거리일 뿐입니다. 삶의 스트레스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를 간단히 한 잔 하고 말거나, 그냥 걷거나, 누구에게 하소연하거나, 많이 먹거나, 잠을 일찍 자버리거나 하는 등 다른 방법으로 해소하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 왜 나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많이 마시고, 매일 마시는 것일까요? 평소에 술을 좋아하고, 참지 않고 자주 마시고, '몸이 술을 원하니까' 등 여러가지 이유로 약간의 스트레스만 있어도 바로 술병을 들다 보니 이런 결과가 오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평소 일주일에 3회 이상 술을 마시던 습관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중독을 피하는 현실적인 방법

  1. 일주일 3회 이하로 제한하기
    일주일에 3회 이하, 연속 이틀 이상 마시지 않는 것이 안전선입니다.
  2. 혼자 마시는 습관 피하기, 가족과 마시지 말기
    친구들과만 술을 마시는 사람은 같이 마실 사람이 없으면 집으로 와서 그냥 자게 됩니다. 그러나 혼술이나 부부간에 함께 마시는 사람들은 하던 일이 좀 안되거나 하면 본격적으로 매일, 혹은 자주 마실 수 있습니다. 마시는 양도 통제 없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집에서 술을 마시는 습관은 절대 들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3. 한 번 마시는 양도 조절
    마시기 시작하면 끝을 모른다면, 스스로 자리를 이탈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시는 많이 안 마시겠다고 결심해도 소용없습니다. 일단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면 충동조절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술을 덜 마시려는 의지는 꺾이고 몸이 달라는 대로 술을 목으로 넘겨주어야 합니다.
  4. 대체 스트레스 해소법 찾기
    운동, 독서, 산책, 명상 등 술 없이 긴장을 푸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5. 음주 패턴 기록하기
    달력이나 앱으로 술 마신 날짜와 양을 기록해보면, 스스로의 습관을 객관적으로 보게 됩니다.

 

 술, 후회하지 않을 만큼만 즐기세요

술은 일상의 기쁨이 될 수도 있지만, 조절하지 못하면 자신의 삶과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에도 큰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중독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뇌와 몸을 바꿔가며 다가옵니다.
술은 반드시 일주 3회 이내로만 마셔야 합니다. 3회 이내로 마신다고 중독의 가능성이 제로라는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독의 위험성을 많이 낮출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이번 주 중반인데 벌써 세 번 다 마셨다면 이제 남은 며칠은 술을 중단하세요. 참기 힘들어도 이렇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내 삶과, 사랑하는 가족을 망가뜨리지 않는 가장 기본적인 시작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