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노인들에게 가장 위험한 사고는 단연 낙상 사고입니다. 젊은 사람에게는 며칠 아프고 까진 정도로 끝날 수 있는 넘어짐이, 노인에게는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재난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노인에게 아이젠(미끄럼 방지제) 하나만 제대로 챙겨도,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노인은 왜 겨울에 더 잘 넘어질까?
노인은 나이가 들수록 골다공증이 진행되며, 뼈가 점점 약해집니다. 특히 여성 노인은 폐경 이후 골밀도가 급격히 감소해 작은 충격에도 쉽게 골절이 발생합니다. 여기에 더해, 노인은 젊은 사람보다 균형 감각과 반사 신경이 떨어져 있어 미끄러운 지면에서 중심을 빠르게 회복하지 못합니다.
겨울철 도로는 눈이 내린 직후뿐 아니라, 눈이 온 지 며칠이 지난 후에도 위험합니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그늘진 곳에는 얼음이 남아 있고,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며 바닥이 울퉁불퉁해집니다. 이런 요철이 있는 얼음 위를 밟는 순간, 노인은 쉽게 중심을 잃고 넘어지게 됩니다.
한 번의 낙상, 그 결과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노인이 넘어졌을 때는 흔히 아래의 3곳이 잘 부러집니다.
- 손목 골절
넘어지며 손을 짚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수술과 장기간 고정이 필요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줍니다.
- 척추(허리) 압박 골절
허리뼈가 주저앉는 형태로 부러지는 경우가 많고, 시멘트 주입술(척추성형술)을 시행하면 수백만 원의 비용이 들 수 있습니다.
- 고관절 골절
가장 치명적입니다. 대수술이 필요하며, 연세가 많거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으면 수술조차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집에서 앉거나 누워 지내다가 2년 이내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즉, 노인에게 낙상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며, 설령 생명을 건진다 하더라도 평생 장애나 삶의 질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겨울철 외출, 원칙은 “안 나가는 것”입니다
눈이 왔을 때 노인은 가능하면 외출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눈이 온 날뿐 아니라, 눈이 온 뒤 일주일 이내에도 도로 곳곳에는 얼음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길 가장자리, 그늘진 골목, 배수구 주변은 매우 미끄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 방문이나 꼭 필요한 외출이 있다면, 반드시 미끄럼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아이젠, 비싸지 않습니다 – 꼭 준비하세요
아이젠은 등산용처럼 크고 무거운 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만원 이하의 소형 아이젠도 충분히 효과적이며, 착용도 간편합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아이젠’ 또는 ‘미끄럼 방지 신발’로 검색하면 다양한 형태가 나옵니다.
노인을 위해 다음과 같이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 집에 1~2종 이상의 아이젠을 구비해 두기. 어떤 형태가 편하거나 맘에 들지 모르고 가격도 저렴하니 여러개 사서 두고 가장 선호하는 아이젠을 지속 사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실제로 신발에 착용해보고 가장 편한 제품 선택
- 눈이 온 날이나, 눈이 온 지 며칠 이내에는 외출 시 반드시 착용
길에 얼음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는 아이젠을 착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아이젠을 못 찰 상황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것
아이젠 착용이 불편하거나, 얼음이 거의 녹아 착용이 어려운 날에는 다음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 길 한가운데, 평평한 곳으로만 이동
- 길 가장자리, 그늘, 고인 물 주변의 얼음은 멀리 피해 다니기
- 밝고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 착용. 가능하면 미끄러운 구두나 넘어지기 쉬운 슬리퍼를 신지 말고 운동화 같은 것을 신는 것이 좋습니다
- 손에 짐 들지 않기 (균형 유지 방해). 짐을 들고 넘어지면 신속하게 손을 뻗쳐서 지지할 수 없으니 더 많이 다칩니다.
- 밖에 나갈 때에는 절대 구두를 신지 않고 운동화만 신는 것이 좋습니다. 구두는 미끄럼이 더 심합니다. 슬리퍼도 신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슬리퍼는 앞의 튀어나온 곳이 간혹 요철 부위에서 뒤집히면서 운동화보다 넘어질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 겨울 외출 시에는 두툼한 장갑이나 스키 장갑을 착용하고 외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넘어질 때 사람은 본능적으로 손을 앞으로 내밀어 바닥을 짚게 되는데, 맨손일 경우 손목이 까지거나 크게 다칠까 봐 무의식적으로 손을 늦게 내미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더 크게 다치거나, 원래는 발생하지 않았을 골절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반면 두툼하고 푹신한 장갑을 착용하면 손바닥과 손목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줄어들어, 넘어지는 순간 손을 자연스럽게 내밀 수 있고 낙상으로 인한 충격을 최대한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손바닥이 직접 바닥과 닿지 않기 때문에 찰과상(까짐)을 예방할 수 있어 넘어짐 이후의 2차 상처도 줄일 수 있습니다.
-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걷지 마세요.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걷다 넘어지면,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어 바닥을 짚는 동작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이 경우 손 대신 상체나 얼굴, 머리부터 바닥으로 떨어지게 되어 안면 손상이나 두부 손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게 증가합니다. 두툼한 장갑을 착용한 상태라면 손 시림이 덜하므로, 양손을 밖으로 자연스럽게 내놓고 걷는 것이 훨씬 편할 것입니다.
아이젠 하나가 생활과 생명을 지킵니다
노인에게 겨울철 낙상은 “조심하면 괜찮은 일”이 아니라,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입니다. 아이젠은 몇 천 원에서 만 원 정도의 작은 비용으로, 수술·장애·사망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예방책입니다.
부모님, 조부모님, 주변 어르신께 아이젠을 꼭 사서 드리세요.
이 작은 준비가, 올겨울을 무사히 넘기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안전 대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