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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암 치료의 큰 그림: 왜 단일 치료로는 불가능한가?

최닥의 건강노트 2025. 9. 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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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단을 받으면 많은 분이 가장 먼저 '수술로 제거하면 끝나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립니다. 혹은 '강력한 항암제로 암세포를 모두 죽이면 되지 않나?'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암을 단순히 몸 안에 생긴 '혹'이나 '덩어리'로만 여기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오해입니다.

 

하지만 실제 암 치료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암세포는 우리 몸의 정상 세포에서 발생한 교묘한 돌연변이 집단으로, 눈에 보이는 종양 덩어리 외에도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멀리까지 '씨앗'을 뿌리며 퍼져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암을 치료하는 데는 단 하나의 무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현대 의학에서 암 치료는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표적치료, 면역항암제 등 다양한 방법을 환자의 상황과 암의 특성에 맞게 조합하는 복합적인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향후 몇 회에 걸쳐서 암 치료의 복잡한 과정을 이해하고, 각 치료법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차근차근 살펴보려 합니다. 단 하나의 방법이 아닌, 여러 무기를 지혜롭게 사용하는 암 치료의 큰 그림을 함께 그려나가 봅시다.

 

 

1. 암의 이질성과 복합 치료의 필요성

한 개의 종양 덩어리 안에도 수십, 수백 가지의 유전자 변이를 가진 암세포들이 공존합니다. 어떤 세포는 특정 항암제에 잘 반응하지만, 다른 세포는 이미 함암제에 내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만약 단일 치료법만 사용하면, 이 때에 살아남은 내성 세포들이 다시 증식하여 암을 재발시키는 '치료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작용 기전을 가진 치료법, 즉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을 다양하게 병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접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 주요 암 치료법의 역할과 조합

수술: 국소 치료의 최전선, '안전 여백'의 원리

암 수술은 국소화된 암을 제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종양만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암세포가 주변 조직으로 침투했을 가능성까지 고려해 '안전 여백'을 두고 넓게 절제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입니다. 이는 암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 중 하나입니다.

  • 왜 넓게 제거하는가?
    • 미세 침윤 방지: 암세포는 주변 조직으로 뿌리처럼 미세하게 침윤해 들어가는데, 수술 전 검사로는 이를 모두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충분한 여백을 두어 절제함으로써 수술 부위에서 재발하는 위험을 최소화합니다.
    • 전이 경로 차단: 암세포가 림프관이나 혈관을 따라 퍼질 가능성이 있거나 퍼진 것이 밝혀지는 경우, 해당 림프절까지 함께 제거하는 것이 표준적인 절제술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모든 암에서 무조건 넓게 절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암의 종류, 위치, 크기, 그리고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하여 절제 범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 과거의 방식과 다르게 넓게 제거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
    • 유방암: 과거에는 유방 전체를 절제하는 광범위 절제술이 표준이었지만, 현재는 종양 크기가 작고 진행이 빠르지 않은 경우 '유방 보존술(lumpectomy)'과 방사선치료를 병행해 유방의 형태를 유지하는 치료가 보편화되었습니다.
    • 신장암: 작은 신장암(4cm 이하)은 신장 전체를 제거하기보다 종양 부위만 절제하여 신장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부분 절제술이 선호됩니다.
    • 뇌종양: 뇌의 중요한 기능 부위에 위치한 종양은 무작정 넓게 제거할 경우 영구적인 신경 손상과 장애의 정도를 크게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만 제거하고 방사선치료나 항암화학요법으로 보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란 색이 암세포

 

방사선치료:  '빛의 칼'

방사선치료는 고에너지 방사선을 이용해 암세포의 DNA를 손상시켜 죽이는 치료법입니다. 이는 칼을 대지는 않지만 수술처럼 암과 주변 부위에 쏘여서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것이므로 수술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국소 치료법입니다. 그러니까 칼을 대지 않는 수술법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이는 수술이 어려운 부위나 환자에게 유용합니다.

  • 왜 단독 혹은 병행하는가?
    • 단독 치료: 초기 갑상선암이나 일부 전립선암의 경우에는 수술 없이 방사선치료만으로 완치에 도달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만 사용됩니다.
    • 병행 치료: 수술 후 남아있을지 모르는 미세 잔존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수술한 곳의 주변에 쏘여줍니다. 수술 후 방사선 요법과 항암치료를 함께 하는 것은 방사선은 국소 재발을 방지하고, 항암요법은 전신 재발을 방지하려는 목적입니다. 
  • 어느 경우에는 수술 전에 하고, 어느 경우에는 수술 후에 방사선 요법을 하나?
    • 수술 전 방사선치료: 수술 전에 방사선치료를 하는 이유는 주로 종양의 크기를 줄여 수술을 용이하게 하고, 수술 부위 주변에 있는 미세 암세포를 미리 제거하여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함입니다. 특히 직장암이나 식도암 등에서 종양을 줄여 항문이나 식도를 보존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수술 후 방사선치료: 수술로 보이는 암은 모두 제거했지만, 미처 제거되지 않았을 수 있는 미세 암세포가 있을 경우 '국소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시행됩니다. 유방암 환자는 유방을 많이 제거하기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능하면 수술 때 유방 조직을 많이 남기고, 남아있을 수 있는 미세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방사선치료를 받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전신 치료: 항암화학요법,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암이 이미 전신으로 퍼졌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을 때는 몸 전체에 작용하는 전신 치료가 필수적입니다.

  • 항암화학요법: 세포 분열이 빠른 암세포를 공격하는 전통적인 방법입니다. 전신에 퍼진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지만, 정상 세포도 함께 손상시켜 부작용이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 표적치료제: 특정 유전자 형을 가진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합니다. 정상 세포에 대한 손상이 적어 부작용이 적지만, 해당 변이가 없는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습니다. 비용이 많이 비쌉니다.
  • 면역항암제: 암이 걸렸다는 것은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가 면역체계를 회피하지 못하도록 이를 차단해서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암을 다시 제대로 공격하게 만들어줍니다. 일부 환자에게는 혁신적인 효과를 보이지만,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험이 안되면 1년 치료비가 1억원이 넘게 들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3. 환자 맞춤형 치료의 중요성

현대 암 치료의 핵심은 ‘환자 맞춤형 조합’에 있습니다. 같은 폐암 환자라도 유전자 변이, 암의 병기, 환자의 나이와 전신 상태에 따라 치료 계획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어떤 환자는 수술-항암화학요법-방사선치료를 순차적으로 받고, 어떤 환자는 표적치료제로 시작해 내성이 생기면 다른 약을 병용합니다. 이 모든 결정은 암 치료의 목표를 ‘완치’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생존을 연장’하는 것에 두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암 치료의 큰 그림을 이해하는 것은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의료진과 함께 가장 최선의 치료 목표를 세우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암은 한 방에 끝낼 수 있는 싸움이 아니라, 여러 무기를 시기와 상황에 맞게 조합하는 복잡하고 섬세한 전쟁입니다.

소스

 

 

 

 

4. 의사를 잘 골라야 하는가?

  • 암 치료의 큰 방향은 국제 가이드라인과 국내 표준진료지침에 따라 정해지므로, 병원마다 치료 방법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어느 의사가 특별히 더 잘 고친다”는 기대보다는 여러가지 치료 방법을 다 할 수 있는 병원 수준이면 될 것입니다. 
  • 다만 수술만으로서 완치에 가깝게 도전해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집도의의 경험과 숙련도가 합병증·재발률에 차이를 만들 수 있고, 표준치료 실패 후 2·3차 치료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노련한 의사의 판단이 더 도움이 됩니다. 결국, 체계적인 진료 시스템과 팀워크가 있는 곳을 고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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