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매실청, 생강청, 양파청, 모과청 같은 이른바 ‘효소청’을 건강에 좋다고 믿고 즐겨 마십니다. 특히 “효소가 들어 있어서 소화를 돕는다”는 표현을 흔히 듣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잘못된 오해입니다. 효소청을 건강하게 이해하려면, 먼저 효소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1. 효소는 ‘먹는 것’이 아니라 ‘몸에서 만드는 것’
효소는 우리 몸 속에서 생명 활동을 움직이는 단백질 촉매입니다. 소화, 에너지 생산, 면역 반응, 세포 재생 등 거의 모든 과정에 효소가 관여합니다. 그리고 이 효소는 외부에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몸이 직접 만들어서 사용합니다.
우리 몸 안에는 많은 효소들이 있습니다. 이 효소들은 작용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첫째, '소화 효소'로써 아밀라제, 프로테아제, 리파제 등과 같이 음식물을 장에서 흡수하기 좋게 작은 단위로 분해하는 기능을 하며, 수십 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둘째, '대사 효소'로써 흡수한 영양소를 사용하여 에너지를 생성하고, 생명 유지에 필요한 수많은 기능을 일으키는 기능을 하며, 수천가지의 효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효소들은 음식으로부터 얻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이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외부로 부터 공급하려 해도 대부분의 효소는 단백질 성분이어서 우리가 먹으면 위에서 대부분 파괴되어 버리고 그 효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효소를 외부에서 ‘보충한다’는 개념은 과학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효소라고 알려진 여러 액체들은 그 속에 있는 효소가 있어서 우리 몸의 소화 작용을 돕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몸의 기능을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기능도 할 수 없습니다.
2. 효소청 속의 ‘효소’는 실제 소화를 돕지 않는다
집에서 매실이나 모과에 설탕을 넣어 만드는 청은 삼투압에 의해 과일 속 수용성 성분이 빠져나온 발효액입니다.
여기에는 소량의:
- 유기산
- 향 성분(테르펜류)
- 미량의 항산화 물질
이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액체에는 소화 효소(아밀라아제, 리파아제 등)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설령 소량 존재한다고 해도, 이런 효소들은 위 속의 펩신에 의해 분해되어 효소로서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효소청이라는 액체들 속의 효소가 소화를 돕는다는 말은 잘못된 말입니다.
3. 효소청을 마시면 속이 시원해지는 이유 (효소 때문이 아님)
그럼 효소청이 주는 효과는 무엇일까요? 효소청 속의 효소로 인한 것이 아니고 아마도 차고, 시고, 달고 하는 자극적인 맛이 소화불량으로 인한 위장의 더부룩함을 가려준다는 이유로 이런 속설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합니다.
즉, 효소청은 소화를 ‘직접’ 돕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가적인 기능으로 속을 시원하게 느끼게 하는 정도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4. 정말로 소화가 안된다면
그러므로 정말 소화가 안된다면 효소청을 물에 타서 마시는 것 보다는 병원에서 '위장기능 촉진제'를 처방받아 두고 속이 더부룩할 때마다 한 봉씩 복용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소화불량이 지속된다면 위에 나쁜 병이 생긴 것은 아닐까 의심해 보고, 위내시경을 받은지 2년 이상 경과한 상태라면 다시 내시경을 받아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한 몸 안에서 필요한 효소는 음식으로 보충할 수 없고 우리 몸이 알아서 만들어서 쓰니까, 몸이 필요한 효소들을 잘 만들어서 쓸 수있도록 적당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것입니다.
5. 그렇다면 효소청은 어떤 이익이 있나?
특별히 큰 도움이 된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효소청이라고 알려진 액체에는 구연산 같은 유기산 성분이 피로 해소, 소화액 분비 촉진 등에 약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과일즙의 기능은 평소 여러가지 과일을 섭취하면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매실청 등의 액체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성분은 별로 없으면서 그 속에 들어있는 단순당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효소청 1잔에는 콜라 1/2~1캔에 해당하는 당이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청'을 만들기 위해서 고농도의 단순당을 사용하는 일로 인해 우리가 효소청을 마시면 이익 보다는 해로움이 더 많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청을 습관적으로 자주 마시면 혈당 상승, 지방간 발생, 체중 증가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청을 건강기능식품처럼 생각하고 자주 마시는 것은 금해야 할 것입니다. 연하게, 소량으로, 가끔 기분전환용으로 마시는 것은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6. 우리 몸의 효소를 건강하게 지키는 법은 무엇일까?
- 단백질 충분히 섭취: 효소의 원료인 단백질을 매 끼니(달걀, 콩, 생선 등) 충분히 공급하여 효소 생성을 지원합니다.
- 비타민 B군 챙기기: 효소의 작동 스위치 역할을 하는 비타민 B군을 잘 섭취하는 것이 좋은데, 가능하면 비타민 알약의 형태 보다는 콩, 현미, 다양한 채소 등 자연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 방법입니다. 골고루 먹으려 노력하는 중에도 일부 부족한 영양소가 있을 것이 염려된다면 보충적으로 비타민 정제를 섭취해서 일부를 도움받는 방법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 미네랄 보충 (아연, 마그네슘): 효소를 활성화시키는 미네랄을 견과류, 해조류, 통곡물을 통해 섭취합니다.
- 과식/야식 줄이기: 소화 효소의 낭비를 감소시키기 위해 포만감 70% 정도만 식사하고, 늦은 밤에는 음식을 피합니다.
- 수면 & 운동으로 리듬 유지: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세포 효율을 높여 전반적인 효소 활동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합니다.
효소는 먹는 것이 아니라, 효소가 잘 만들어지고 잘 작동하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7. 결론
효소청은 건강음료가 아니라, ‘소화를 시작하는데 도움을 주는 상쾌한 음료’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적절합니다.
우리 몸의 건강을 위한 효소는 외부에서 보충해야 하거나, 보충한다고 도움을 받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그 보다는 우리 몸의 효소 합성 기능이 잘 가동하도록 몸 상태를 건강하게 해주는 것이 더 바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