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고지 식이요법'(LCHF: Low-Carbohydrate, High-Fat)이란 탄수화물을 적게, 지방질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하는 식이요법 방식을 간단히 줄여서 부른 말입니다. 이는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서 혈당 안정화, 인슐린 민감도 개선, 대사증후군 예방까지 아우르며 최근 건강관리 전략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에 대한 기존 패러다임이 흔들리면서, ‘탄수화물 중심의 식사’에 대한 재검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저탄고지 식단이 주목받는 배경, 의학적 연구 근거, 장단점, 그리고 올바른 실천 원칙에 대해 정리합니다.
저탄고지 식이요법의 부상 배경 : 왜 탄수화물을 다시 의심하게 되었나?
1970~80년대 서구 국가들은 ‘지방은 건강의 적’이라는 관점 아래 고탄수화물·저지방 식단을 권장했습니다.
그러나 이후부터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은 오히려 증가했고, 심혈관 질환 사망률 역시 하락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문제는 지방이 아니라 탄수화물 과잉이 아니었는가?"라는 반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이러한 인식 전환은 1972년 로버트 앳킨스 박사의 저서 『앳킨스 다이어트 혁명』을 통해 대중화되었고, 이후 케토제닉 식단이 의료현장(뇌전증 치료)에서 성인 대사질환 관리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들이 발표되면서, ‘지방을 늘리고 탄수화물을 줄이는 식이요법’은 새로운 건강 트렌드로 재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저탄고지 식이요법에 대한 의학적 연구 근거
단기 체중 감량 및 혈당 개선 효과
다수의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 따르면, 저탄고지 식단은 저지방 식단보다 초기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크며, 특히 내장지방 감소와 혈당 안정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 Shai et al., NEJM 2008
- Bazzano et al., Ann Intern Med 2014
- Hallberg et al., Diabetes Therapy 2018 – 제2형 당뇨 환자의 혈당 및 약물 용량 감소 보고
지질 개선 효과
- 탄수화물을 줄이면 중성지방 수치가 감소하고, HDL(좋은 콜레스테롤)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이는 심혈관 질환 예방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해석됩니다.
- LDL 상승 논란: 포화지방 섭취의 개인차
- 일부 연구에서는 포화지방을 과다 섭취할 경우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승해 심혈관 질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 특히 일부 사람들에서는 LDL이 과도하게 상승할 수 있으므로, 어떤 지방을 더 먹을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장기적 안전성에 대한 불확실성
- 단기적 이점은 비교적 확실하지만, 수년 이상 지속한 저탄고지 식단이 심혈관 질환, 암, 신장 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명확하지 않으며 연구 결과도 혼재되어 있습니다.
(예: Seidelmann et al., 2018, Lancet Public Health – 탄수화물이 지나치게 적거나 많은 식단 모두 사망률 증가와 관련)
저탄고지 식단의 장점
저탄고지 식단은 체중 감량뿐 아니라 여러 건강 지표를 개선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먼저 체중 감량 효과가 눈에 띄는데요. 식단을 시작하면 먼저 간과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과 함께 수분이 빠지면서 체중이 빠르게 줄어들고, 이후에는 인슐린 수치가 낮아지며 지방 연소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됩니다.
- 혈당과 인슐린 수치가 안정됩니다. 탄수화물 섭취가 줄어들면서 혈당이 급격히 오르내리는 일이 줄고, 이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도 개선될 수 있어 제2형 당뇨병 예방이나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 혈액검사 수치에도 좋은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많은 연구에서 중성지방 수치가 낮아지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수치는 올라간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으며, 이는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식단 자체가 식욕 억제 효과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방과 단백질은 소화 시간이 길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불필요한 간식을 줄이게 만듭니다. 게다가 케톤체가 생성되면 뇌에 식욕을 줄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효과까지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탄수화물을 줄이면 혈당이 급격히 오르내리는 '혈당 스파이크'가 줄어들면서 에너지 수준이 하루 종일 더 안정적이 됩니다. 덕분에 피로감이 덜하고, 집중력의 기복도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탄고지 식단의 단점 및 주의점
하지만 모든 식단이 그렇듯, 저탄고지에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 일부 사람에게는 LDL 콜레스테롤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특히 포화지방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이런 경향이 나타날 수 있고, 유전적 고지혈증이나 심혈관 질환 위험이 있는 사람은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전문가 상담이 필요합니다.
- 영양 불균형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과일, 곡물, 뿌리채소 등을 제한하면서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 섭취가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변비나 탈수, 초기에는 '케토 플루'(두통, 피로, 어지러움) 같은 증상을 겪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려면 당이 적은 채소를 충분히 먹고, 전해질과 수분을 꾸준히 보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고강도 운동에 탄수화물이 가장 빠른 에너지원인데 이를 부족하게 섭취하니 식단 초기에는 힘이 빠지고 운동 능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체지방 연소 시스템에 몸이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 현실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국인의 식사 문화에서 밥, 면, 과일 등을 제한하는 식단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외식이나 가족 식사에서 혼자 메뉴를 바꾸거나 별도로 챙겨 먹는 것이 번거롭거나 불편할 수 있어, 심리적·사회적 스트레스로 인해 식단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따라서 저탄고지 식단은 그 장점이 분명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만능 해법’은 아닙니다. 자신의 건강 상태, 생활 패턴, 목표에 맞게 조절하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실천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접근법입니다.
저탄고지 식사에서 단백질은 어떻게 섭취하나?
단백질은 ‘유지 또는 약간 증가’
- 일반인의 하루 단백질 권장량은 기본적으로 체중 1kg당 0.8g 정도입니다. 이는 특별한 질환이 없고 활동량이 많지 않은 성인을 기준으로 한 최소 필요량입니다. 예를 들어 체중이 60kg이라면 하루 약 48g 정도의 단백질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나이가 많거나 활동량이 많거나, 혹은 단백질 소화·흡수 능력이 떨어진 경우에는 이보다 더 많은 단백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체중 1kg당 1.0~1.5g 정도가 적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저탄고지(LCHF):: 체중 1kg당 1.2~1.6g (활동량에 따라 최대 2.2g까지 가능)
- 케토제닉(엄격한 케톤 유도 목적):
- 단백질을 과잉 섭취하면 단백질이 당으로 전환되어 저탄수화물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케톤 생성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체중 1kg당 0.8~1.2g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지방은 어떻게 먹을까?
1. 가능하면 ‘질 좋은 불포화지방 중심’으로
- 저탄고지 식단에서 지방은 무조건 많이 먹기보다 질 좋은 지방을 선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특히 불포화지방을 중심으로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 예를 들어, 올리브유, 아보카도, 들기름, 참기름, 견과류, 고등어, 연어 등은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을 주로 먹는 것입니다. 반면, 버터, 라드, 치즈, 가공육, 정제 코코넛 오일 같은 포화지방은 너무 많이 먹을 경우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완전히 피할 필요는 없지만, 불포화지방을 주로 섭취하고 포화지방은 적당히 조절하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2. 중쇄지방산(MCT)과 코코넛 오일
중쇄지방산은 탄소 수 6~12개의 지방산으로, 체내에서 빠르게 흡수되어 간에서 곧바로 에너지나 케톤체로 전환됩니다. 탄소 수가 적을수록 대사가 빠르고 저장보다는 즉각 사용되기 쉬운 특성이 있습니다. 특히 C8(카프릴산)과 C10(카프르산)은 각각 탄소 8개, 10개를 가진 대표적인 중쇄지방산으로, 빠른 에너지 공급과 케톤 생성에 매우 유리합니다. 이들은 지방으로 축적되지 않고 뇌와 몸의 에너지원으로 직접 활용되어, 저탄고지 또는 케토제닉 식단에서 체중 감량과 집중력 유지에 효과적입니다.
- 대표 적인 중쇄지방산 식품: MCT 오일 (C8, C10 중심), 코코넛 오일

코코넛 오일은 양날의 검
- 코코넛 오일이 건강식으로 여겨지게 된 배경은, 남태평양의 일부 섬 주민들이 코코넛을 주식으로 섭취하면서도 심혈관 질환이 적었다는 관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① 가공식품이 없는 전통 식단,
② 높은 신체 활동량,
③ 유전적 요인 등
특수한 조건에서 살아왔기에, 현대인의 서구형 식단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 반면MCT 오일은 코코넛 오일에서 라우르산(C12)을 제외한, 진정한 중쇄지방산인 C8(카프릴산)과 C10(카프르산)을 정제하여 만든 고순도 오일입니다. 이들은 체내에서 빠르게 흡수되어 간에서 곧바로 에너지나 케톤으로 전환되며, 위장 부담이 적고 저장되지 않고 사용되는 특성 덕분에 저탄고지 식단이나 집중력·체중 조절 목적에 더 적합한 지방원으로 활용됩니다. MCT오일의 단점은 고순도 정제하느라 비용이 많이 들므로 가격이 비싸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코넛 오일은 제한적으로 활용 가능하되, 포화지방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하며, MCT 오일은 더 정제된 형태로, 건강상 목적이나 다이어트용으로는 더 선호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아보카도 – 저탄고지 대표 슈퍼푸드
아보카도는 탄수화물이 매우 적고 건강한 불포화지방(특히 올레산), 식이섬유, 칼륨, 항산화 성분(루테인 등)이 풍부합니다. 심혈관 건강, 혈압 조절, 포만감 증가에 도움을 주며, 저탄고지 식단에서 영양 균형을 맞추는 핵심 식품으로 활용할만 합니다.

저탄고지 식단의 실천과 일반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저탄고지(LCHF) 식단은 단기적인 체중 감량뿐 아니라 일반인의 건강에도 다양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 유행을 따라가기보다는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몸에 맞는 방법으로 실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저탄고지로 살이 잘 빠지는 이유
- 인슐린 감소 → 지방 연소 촉진
탄수화물을 줄이면 혈당이 안정되고, 인슐린 분비가 감소합니다. 인슐린은 지방을 저장하는 호르몬이기 때문에, 이 수치가 낮아지면 더 이상의 지방 저장은 없어지고 저장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비율은 높아집니다. - 글리코겐과 수분의 감소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남은 양은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되며, 이때 수분도 함께 저장됩니다. 저탄수화물 식사로 탄수화물을 줄이면 글리코겐이 빠져나가고 함께 저장된 수분도 빠지면서 근육의 저방 수분도 많이 줄어들어 체중이 빠르게 감소합니다. - 식욕 억제 효과
지방과 단백질은 소화 시간이 길고 포만감이 높아지고 과식을 억제합니다. 또한 케토시스 상태에서 생성되는 케톤체는 뇌에 식욕을 줄이라는 신호를 보내어 식욕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긍정적인 효과
- 혈당 안정과 인슐린 민감도 개선
탄수화물을 줄이면 혈당이 급변하는 일이 줄어들며,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어 당뇨병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중성지방 감소 및 HDL 상승
정제 탄수화물 섭취가 줄어들면 혈중 중성지방이 낮아지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수치는 높아져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단, 나쁜 LDL콜레스테롤이 감소하면 좋겠는데, 이 반응은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반대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 내장지방 감소
복부 중심의 지방이 잘 빠지는 특징이 있어, 대사증후군 및 지방간 예방에도 긍정적입니다. - 식습관 개선
과자, 빵, 면, 설탕 등의 섭취가 줄어들면서 간식과 폭식이 줄고, 식사의 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됩니다.
주의할 점과 단점
- LDL 상승 위험
일부 사람은 저탄고지 요법으로 인해 LDL 콜레스테롤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가족력이 있거나 고지혈증이 있는 경우 정기적인 혈액 검사가 필요합니다. - 섬유질 및 영양소 부족
곡류, 과일 등을 제한하면 식이섬유·칼륨·비타민 등의 섭취가 줄 수 있습니다. 이는 변비, 미생물 불균형, 피로 등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운동력 저하
고강도 운동에는 탄수화물이 즉각적인 에너지원인데 이를 섭취를 줄였으므로 힘든 운동이나 작업은 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힘든 운동이나 작업 중에는 약간의 탄수화물을 섭취할 수도 있습니다. - 사회적 제약
외식, 모임, 가족 식사에서 밥이나 과일을 피하고 자신만의 식단 대로 해야 하므로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탄수화물 섭취는 다이어트뿐 아니라 평소의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됩니다
저탄고지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식사의 균형을 다시 정립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작하면 체중이 빠르게 줄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탄수화물 섭취를 유연하게 조절하면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중 감량이 목표가 아니라도, 정제 탄수화물과 설탕을 줄이는 습관은 혈당 변동을 줄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실생활에서는 하루 세 끼 중 한두 끼를 계란, 고기, 채소 중심으로 구성하고, 나머지 한 끼는 현미밥 반 공기나 베리류 과일 등을 소량 곁들이는 방식이 현실적이고 부담도 적습니다.
요약하자면, 저탄고지 식단은 채소와 단백질은 충분히 챙기고, 탄수화물은 줄이며, 대신 좋은 지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식사법입니다. 체중 감량을 원한다면 1~2개월 집중적으로 실천해보고, 체중 변화가 정체되거나 불편감이 생기면 잠시 쉬어가도 좋습니다. 단, 중단 후에도 탄수화물 절제와 양질의 지방 섭취라는 기본 방향은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건강 관리에 유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