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진료실이나 약국에서 매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 약 너무 독한 거 아니에요?", "감기약 먹고 멍하고 졸려서 혼났어요." 많은 분들이 약 복용 후 겪는 불편함 때문에 약을 '독하다'고 오해하곤 합니다. 과연 약은 정말 독해서 우리 몸에 해를 끼치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잘 몰랐던 약의 반응에 놀라는 걸까요?
이 글에서는 약이 '독하다'는 오해의 실체를 파헤치고, 흔히 겪는 부작용의 종류와 그 이유, 그리고 약 복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한 현명한 대처법까지 총체적으로 알려드립니다.
1. 당신이 말하는 '독하다'의 실체는 '불편한 부작용'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하다'고 느끼는 약의 본질은, 바로 약을 먹었을 때 경험하는 불편한 부작용입니다. 의학적 용어인 '독성(Toxicity)'은 심각한 장기 손상이나 생명 위협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반응을 뜻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대부분의 부작용(졸림, 울렁거림, 어지러움 등)은 일시적이며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조절하면 대부분 회복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약들이 이런 불편한 반응을 자주 일으킬까요?
- 항히스타민제 (감기약, 알레르기약) "약을 먹으면 멍해서 혼났다", "졸려서 운전도 못 하겠다"는 호소가 흔합니다. 졸리고, 입이 바짝 마르며, 머리가 멍해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 진통소염제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 NSAIDs) 속이 쓰리거나 소화가 잘 안 되고, 위가 답답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드물게 위염, 위궤양이 생기기도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체질이나 위장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 신경통약 (리리카, 뉴론틴 등) 어지러움, 울렁거림, 멍한 느낌, 졸림 등이 대표적인 부작용입니다. "먹고 나면 멍하고 어지럽다", "속이 안 좋고 토할 것 같다"는 호소가 흔합니다.
- 근육이완제 (에페리손, 티자니딘 등) 역시 어지럽고 울렁거림, 약간의 나른함이 흔히 나타납니다. 일부 환자는 "이 약은 내 몸에 너무 독한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 복합진통제 (울트라셋, 트라마돌 등) 거의 1/4 정도의 사람들이 이 약을 먹으면 어지러움, 구역, 구토 등을 경헙합니다. 특히 연령이 많은 분들이나 체구가 작은 분들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합니다.
- 항구토제 (메토클로프라미드 등) 졸림, 소화불량 등이 흔하며, 일부 환자에게는 드물게 뒷목 뻐근함 같은 파킨슨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는 약이 뇌의 특정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주기 때문인데, 약 중단 시 대부분 회복됩니다.
2. 왜 같은 약인데 누구는 괜찮고 누구는 '독하다'고 느낄까?
같은 약을 먹었는데도 누군가는 멀쩡하고, 누군가는 "독하다"며 힘들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약이 '독해서'가 아니라, 개인의 신체 특성과 상황에 따라 약에 대한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 유전적 차이: 약물이 몸속에서 분해되고 배출되는 능력이 사람마다 다릅니다. 유전적으로 약물 대사 효소의 활성이 낮은 사람은 같은 용량을 먹어도 약 성분이 몸에 오래 남아 부작용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 나이·체중·성별: 어린이나 노인, 저체중이거나 여성인 경우 약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여 부작용이 더 잘 나타나기도 합니다.
- 기저질환: 간, 신장 기능이 좋지 않거나 위장 상태가 민감한 경우 약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간 기능이 저하된 환자는 약물이 제대로 분해되지 않아 몸에 축적될 수 있습니다. 평소 위가 안 좋던 사람은 약간의 진통소염제를 복용해도 바로 속쓰림, 위통증, 더부룩함 등의 위장애가 나타납니다.
- 다른 약과의 상호작용: 여러 종류의 약을 동시에 복용할 경우, 드물게 약물끼리 서로 영향을 주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기거나 기존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 한약은 성분과 함량이 명확하게 표기되지 않거나 여러가지 약제가 복합적으로 조제되어 있어, 기존 의약품처럼 전산 중복 처방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성분을 알려주어도 의료진이 중복이나 부작용 위험을 거의 판단하기 어렵고, 한의사 역시 교차반응이나 위험성을 대부분 알지 못합니다. 이렇게 한약과 양약을 함께 복용할 경우 예상치 못한 상호작용이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함께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부득이하게 함께 복용해야 한다면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하고,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복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3. 부작용을 흔히 호소하는 추가 약물 목록
위에서 언급한 약들 외에도, 환자들이 "이 약은 독하다", "먹고 힘들었다"고 자주 호소하는 대표적인 약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혈압약 (고혈압 치료제)
- 칼슘채널차단제 (암로디핀 등): 발목 부종, 얼굴 달아오름, 두통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베타차단제 (비스프롤롤 등): 맥박이 느려지거나 무기력, 피로, 때로는 성기능 저하를 호소하기도 합니다.
- 이뇨제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등): 소변이 자주 나오고, 다리에 쥐가 날 수 있습니다.
- 당뇨약
- 메트포르민: 속 더부룩함, 설사, 복통, 가스 참 등을 흔히 호소합니다.
- 설포닐유레아 (글리메피리드 등): 저혈당으로 인한 어지럼증, 떨림, 식은땀 등을 겪을 수 있습니다.
- SGLT2 억제제 (다파글리플로진 등): 소변이 자주 나오고, 여자들은 요도염이나 질염이 자주 생길 수 있습니다.
- 항우울제·항불안제
- SSRI (에스시탈로프람 등): 메스꺼움, 불면, 두통, 때론 성욕 감퇴나 소화불량을 호소합니다.
- 벤조디아제핀 (알프라졸람 등): 졸림, 기억력 저하, 어지러움, 습관성 위험이 있습니다.
- 항생제 (특히 퀴놀론계, 세팔로스포린계)
- 퀴놀론계 (레보플록사신 등): 힘줄 통증(건염), 설사, 햇볕에 피부 민감해짐 등이 있습니다.
- 세팔로스포린계: 발진, 설사, 가려움, 아나필락시스(급성 알레르기 쇼크)가 매우 드물지 않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 항혈전제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와파린 등 혈액 희석제) 멍이 한번 들어도 크게 들 수 있고, 코피나 잇몸 출혈이 나면 매우 심할 수 있습니다. 드물게 위궤양 같은 곳에서 출혈이 되면 결국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 골다공증 치료제 (비스포스포네이트 등) 속쓰림, 식도 자극, 골절 부위 통증, 드물게 턱뼈 괴사 등의 부작용이 있습니다.
- 항정신병약 (올란자핀 등) 졸림, 체중 증가, 변비, 입마름, 때론 불안정한 걸음걸이(운동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항간질약 (발프로산, 라모트리진 등) 졸림, 어지러움, 소화불량, 드물게 피부 발진(심각하면 응급상황)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갑상선 갑상선 기능항진증약 (메티마졸 등): 관절통, 발진, 드물게 백혈구가 심하게 감소하는 경우도 가능합니다.
- 스테로이드: 얼굴 붓기, 식욕 증가, 불면, 혈당 상승, 골다공증 등 매우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항콜린제 (방광약, 변비약 등): 입마름, 시야 흐림, 변비, 혼돈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4. 약은 '불편'을 감수하고 얻는 '이득'이 훨씬 더 큽니다.
모든 약에는 장점(효과)과 단점(부작용)이 존재합니다. 의사가 약을 처방하는 이유는, 불편함(부작용)보다 약이 주는 이득(통증 완화, 염증 감소, 신경 안정, 질병 치료 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입니다.
임상에서 의사가 "불편할 수 있지만, 꼭 필요해서 드리는 겁니다. 너무 힘들면 말씀 주세요."라고 설명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만약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용량을 조절하거나 다른 약으로 변경하는 등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습니다.
5. '아나필락시스'는 전혀 다르고, 매우 위험합니다.
이는 약이 독하거나, 부작용이 있는 약이거나, 용량이 많아서 발생한 것이 아니고 사람들의 체질에 따라 발생한 특이하고도 매우 위험한 알러지 증세입니다.
- 발생 기전
아나필락시스는 체내 면역계가 특정 약물, 음식, 곤충 독 등 외부 물질을 침입자로 오인해 갑자기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발생합니다. 면역세포가 히스타민 등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한꺼번에 대량 분비하면, 전신에 혈관이 확장되고, 기도 점막이 붓고, 혈압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 증상 및 응급성
가장 먼저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믈스믈 가려워오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점차 전신이 많이 가렵고, 피부가 붉어져 오고, 두드러기가 발생하고, 입술·얼굴·손발이 부어오르는 듯 합니다. 그리고 더 심해지면 숨이 차고, 목이 붓는 듯한 이물감, 쉰 목소리, 호흡 곤란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심해지면 어지러움, 의식 저하, 구토, 저혈압, 심지어 쇼크와 실신에 이르게 됩니다. 바로 응급처치하지 않으면 몇 분 사이에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 예측 불가·위험성
이 반응은 극소량의 약물이나 음식에도 예고 없이 발생할 수 있어, 의료진도 절대 사전에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전에 안전하게 복용했던 약이라도 갑자기 반응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아나필락시스는 전체 환자 중 0.01~0.1% 정도에서만 보고될 만큼 매우 드뭅니다. - 의료진의 두려움과 경계
아나필락시스는 보통은 매우 심하지 않지만 한번 극심하게 발생하면 수분 내로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의사들은 항상 긴장하며 병원에 응급처치 약을 비치해 두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측시 치료에 임하면 증세는 한 시간 내에 씻은 듯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 예방과 현실
가족력, 과거 약물 알레르기 경험 등 위험요인이 있으면 미리 의료진에게 알려야 하고, 의사 역시 환자의 과거력 확인 후 처방을 내립니다. 이런 증세가 한번 발생한 사람은 그 당시 먹은 의심되는 약의 이름을 항상 적고 다니며, 진료를 받을 때마다 의사에게 그 약을 처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아나필락시스는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급속히 진행되어 병원에 갈 수도 없을 만큼 극심한 경우는 흔하지 않으므로 약을 복용한 후에나 특정 음식을 먹은 후 갑자기 전신 가려움, 가슴이 답답한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근처 병원으로 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5. 약 복용 시 흔히 겪는 오해와 현명한 대처법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몸에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면, 많은 분들이 "이거 약 때문인가?" 하고 약 탓으로 돌리곤 합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피부 염증으로 위에 자극이 적은 항생제를 복용했는데, 그날 밤부터 갑자기 구토와 설사가 시작되는 경우 이는 약으로 인한 것일까요? 환자는 즉시 약 때문이라고 오해하고 병원에 불신을 가질 수 있죠. 그러나 이는 우연히 약 복용 시점과 겹쳐 장염이나 식중독, 다른 바이러스 감염 등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현명한 대처법:
- 약 복용 중단: 몸에 이상한 증상(심한 두드러기, 갑작스런 구토·설사, 가슴 두근거림, 호흡곤란 등)이 나타나면 우선 약 복용을 중단하세요.
- 의료기관 방문: 가급적 빨리 처방해 준 병원이나 가까운 의료기관에 내원하여 해당 증상이 정말 약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 때문인지 정확히 확인받아야 합니다. 이때 다른 의료기관으로 갈 때는 복용하던 약을 봉투와 함께 가져가서 의료진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 전문가와 상의: 증상의 원인을 확인한 뒤, 정말 약에 의한 반응이라면 그 약을 중단하거나 다른 약으로 변경해야 합니다. 만약 약과 무관한 다른 질병(감기, 장염 등)이라면 그에 맞는 진료와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피해야 할 행동:
- 이상이 있는데도 무리해서 약을 계속 복용하는 것.
- 너무 겁을 먹고 약을 바로 버리거나 복용을 끊어버리는 것.
정확한 진단 없이 본인의 판단으로 약 복용을 지속하거나, 반대로 필요한 약을 끊어버리면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6. 중복 처방과 약물 상호작용: 똑똑하게 약 먹는 습관
약을 여러 종류 복용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같은 약이나 비슷한 성분을 중복해서 복용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약을 만드는 제약회사가 달라서 같은 약이어도 약의 이름과 모양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활용하세요.
- 약을 받으면 늘 원래의 봉투에 넣어두어야 합니다. 봉투를 버려 버리고 약만 가지고 있으면 필요한 경우 무슨 성분인지 알아내기에 불편햐고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 약 봉투/처방전/약 포장지 사진 찍기: 병원이나 약국에 갈 때 약 봉투나 처방전, 약 포장지 등을 사진으로 찍어두었다가 보여주면 아주 효과적입니다.
- 복용 중인 약 리스트 정리: 직접 복용 중인 모든 약(처방약,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영양제 등)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사진 찍어두고, 병원에서 요구하면 사진을 확인시켜 주면 좋을 것입니다.
* 우리나라의 선진화된 시스템: 우리나라는 전산화된 처방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약국과 병원이 실시간으로 중복 처방, 용량 과다, 병용금기 약물 등을 체크하여 대부분의 약물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습니다. 이는 의료 안전성을 크게 높여주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중복 처방 감시 시스템의 사각지대: 다만, 오래 전에 다른 병원에서 받은 처방약, 약국에서 따로 구입한 일반의약품 등은 현재 시스템이 걸러줄 수 없습니다. 이 시스템은 병원 처방이어야 하고, 최근 처방받은 약이라서 현재 처방할 약과 복용 시가가 겹칠 때에만 작동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따라서 본인이 복용 중인 모든 약과, 가능하면 영양제, 건강보조식품까지도 의사나 약사에게 꼭 미리 알려주어야 안전합니다.
마무리: 약이 '독하다'는 오해에서 벗어나 건강한 약 생활을!
대부분의 약 부작용은 약이 '독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상태, 체질, 상황에 따라 나타나는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불편함을 느낄 때는 바로 오해부터 하기 보다는 담당 의사나 약사에게 상의하세요. 용량을 줄이거나, 약을 바꾸거나, 복용 시간을 조정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독하다'고 느꼈던 약도 내 몸에 맞는 처방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