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서 흔히 접하는 “간수치가 높습니다”라는 말은 많은 사람을 긴장시킵니다. 특히 AST, ALT, r-GTP, ALP는 간 건강을 확인하는 핵심 지표로, 수치가 높을 때는 반드시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단순히 “술을 많이 마셔서”라는 이유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지만, 원인은 훨씬 다양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네 가지 수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왜 상승하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 위험 신호로 봐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1. ALT와 AST – 간세포 손상의 직접 지표
ALT(알라닌 아미노전달효소)와 AST(아스파르트산 아미노전달효소)는 간세포 안에 존재하는 효소입니다. 간세포가 손상되면 이 효소들이 혈액으로 유출되면서 혈중 농도가 높아집니다. 두 수치는 모두 간질환의 중요한 지표이지만, ALT가 간 손상을 더 직접적으로 반영합니다.
ALT는 거의 간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ALT 상승은 곧 간세포 손상을 의미합니다. 급성 바이러스성 간염, 약물이나 독성 물질로 인한 간 손상, 그리고 지방간에서 흔히 증가합니다. 일반적으로 ALT 수치가 AST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AST는 간 외에도 심장, 근육, 신장에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간 손상 외에도 심근경색, 근육 손상 시 AST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알코올성 간질환에서는 AST:ALT 비율이 2:1 이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그 이유는 알코올이 간뿐 아니라 근육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2. r-GTP – 술과 담도의 건강을 보여주는 지표
r-GTP(감마지티피)는 간에서 생성되는 효소로, 알코올 대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잦은 음주를 하는 사람에게서 가장 흔하게, 가장 먼저 상승하는 수치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r-GTP 상승이 꼭 술 때문만은 아닙니다.
담즙이 흐르는 길인 담도에 문제가 생겨도 r-GTP가 높아집니다. 담석으로 인해 담즙이 정체되거나 담관이 막히는 경우, 또는 담도암, 췌장암 등의 종양으로 담도가 눌리는 경우에도 이 수치는 상승합니다. 일부 약물, 특히 항경련제나 스테로이드 복용 시에도 r-GTP가 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데 r-GTP가 높게 나온다면 반드시 담도 질환을 확인해야 합니다.
3. ALP – 담도 이상과 뼈 질환의 단서
ALP(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는 간의 담도와 뼈에서 주로 생성되는 효소입니다. 이 수치가 높으면 우선 담도 질환을 의심해야 합니다. 담즙이 흐르는 길이 막히는 담도 폐쇄, 담석증, 담도 종양, 췌장암이 담도를 누르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원인입니다. 간경변이나 간암에서도 ALP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ALP는 뼈에서도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뼈 질환에서도 증가합니다. 골다공증, 골염, 뼈 종양, 골전이 암 등이 대표적입니다. 따라서 ALP가 상승했을 때는 r-GTP와 함께 해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ALP와 r-GTP가 동시에 높다면 간 또는 담도 문제 가능성이 크고, ALP만 상승한다면 뼈 질환 쪽을 살펴봐야 합니다.
4. 간수치가 높을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점
간수치 상승이 무조건 심각한 질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며칠간의 과음이나 과로, 약물 복용으로도 일시적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는 꼭 정밀검사가 필요합니다.
- ALT·AST가 정상의 3배 이상 지속적으로 높을 때
- r-GTP와 ALP가 함께 상승할 때
- 황달(암 등으로 담도가 폐쇄된 경우), 피로감(여러 질병), 식욕부진(암 가능성), 체중 감소(췌장암 가능성 높음)가 동반될 때
이 경우 간 초음파 검사, 혈액검사, 필요 시 CT 촬영이 권장됩니다.
5. 관리 방법
첫째, 반복 측정이 중요합니다. 수치가 높게 나왔다면 최소 1~2주 후 다시 검사해야 합니다. 검사할 때마다 올라간다면 급성으로 간손상이 최근에 발생했다는 뜻이 됩니다. 1-2주 후 수치가 많이 줄어들었다면 일시적인 문제가 좀 해결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늘 높으면 과다한 음주이거나, 만성적인 문제, 심각한 문제 등을 병원에서 평가받아야 합니다.
둘째, 원인 교정입니다. 음주를 줄이고, 불필요한 약물 복용을 피하고, 체중을 적정 범위로 유지해야 합니다.
셋째, 균형 잡힌 식사가 필요합니다. 특히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하고, 가공식품을 줄여야 합니다.
넷째, 정기적인 간 건강 검진을 통해 간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입니다.
결론
AST, ALT는 간세포 손상의 정도를, r-GTP는 알코올 및 담도 이상을, ALP는 담도와 뼈 건강을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이 네 가지 수치는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해석해야 하며, 단순히 “술 때문에”라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반복 검사와 정밀 진단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간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