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항생제가 효과적일까?
"콧물이 누런데 항생제를 써야 하나요?"
"감기가 심한데 항생제를 먹으면 빨리 낫지 않을까요?"
많은 환자들이 병원을 찾을 때 이렇게 묻습니다. 하지만 감기에 항생제를 쓴다는 것은, 실제로 얼마나 필요할까요?
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 항생제가 듣지 않는다
감기의 90% 이상은 바이러스가 원인입니다. 대표적으로 리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이 있고, 이들은 코, 목, 기도의 점막에 염증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콧물, 기침, 인후통, 몸살 등이 생깁니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항생제로 죽지 않습니다. 다행히도 우리 몸에서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감기 바이러스에 대해 면역이 형성되어 이들을 퇴치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보통 10~15일 정도 지나면 대부분의 감기는 저절로 낫습니다.
👉 바이러스는 세균이 아니기 때문에, 항생제로는 죽일 수 없습니다.
👉 따라서 감기 초기에 항생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감기가 빨리 낫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콧물이 누런 것은 세균감염일까?
면역세포들이 바이러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분비물이 생성됩니다. 분비물이 마르거나, 백혈구의 활동으로 인해 색이 노랗거나 연녹색으로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회복 과정일 수 있습니다.
🚫 그러므로 콧물이 노란 것이 해서 항생제를 사용할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항생제를 쓰는 이유? ‘놓칠까 봐’라는 불안
많은 의사들이 감기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이유는, 혹시라도 감기 뒤에 숨어 있는 세균 감염을 놓쳐서 중요한 시기를 놓칠까 두려워서입니다. 특히 3일 후, 증상이 나빠졌을 때 "그때 항생제를 처방했더라면..."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미리 항생제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이런 예방적 항생제 처방은 실제 효용이 매우 낮습니다.
항생제를 늦게 써서 생명이 위험한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닙니다
항생제 사용이 늦어져서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앓을 만한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실제로 항생제를 제때 쓰지 못해 치명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문 편입니다. 폐렴이 왔다 해도 3~5일 내 항생제를 쓰면 대개는 별문제 없이 나을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다시 말해, 감기 증상이 있을 때 즉시 항생제를 쓰지 않았다고 해서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 오히려 불필요한 항생제 남용이 더 큰 위험을 초래합니다.
항생제는 10명 중 1명 이내로 필요한 약
임상적으로 감기 환자 중 10명, 혹은 20명 중 1명 정도만 항생제를 필요로 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필요성 여부는 불확실한 상태로 회복이 좀 늦는 것 같거나,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 처방하는 것일 뿐, 확실한 근거가 있어서 처방하는 경우는 더 적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하는 이유로 매번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명분이 부족합니다.
항생제 남용의 무서운 결과 – 내성
항생제를 반복해서 복용하면 우리 몸속에 있던 세균들이 점점 항생제에 익숙해지면서 내성을 갖게 됩니다. 즉, 같은 항생제를 써도 더 이상 잘 듣지 않는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이런 균들에 의해 폐렴이나 신우신염처럼 정말 항생제가 꼭 필요한 심각한 감염이 생겼을 때, 이미 내성을 가진 세균들 때문에 기존 항생제가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항생제를 자주 사용하던 사람은 감기 등으로 인해 우리 몸의 방어막이 약해지면, 이 내성균들이 침투해서 감염을 일으킬 수 있고, 그 결과 치료가 더 어렵고 오래 걸리며, 더 센 항생제가 필요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항생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하며, 평소 과다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건강에 더 큰 해가 될 수 있습니다.
항생제에 내성이 많이 발생한 경우 어떻게 될까요?
- 입원이 필요하고,
- 고가의 정맥 항생제를 맞아야 하며,
-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 심하면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 그러므로, 불필요한 항생제를 줄이는 것이 나중에 정말 중요한 순간에 생명을 지키는 길입니다.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기타 부작용
- 소화기 증상: 복통, 설사, 메스꺼움 등이 흔함
- 알레르기: 발진, 가려움, 드물게 심각한 아나필락시스
- 장기 손상: 간·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음
- 질염: 여성의 경우 곰팡이 감염(질염) 가능
감기에 항생제 처방 현황은?
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므로, 항생제는 효과가 없으며 일반적인 감기 치료에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항생제가 과도하게 처방되고 있습니다.
국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2년 자료에 따르면, 감기 등 급성 상기도 감염에서의 항생제 처방률은 32.36%로 나타나 여전히 실제 필요 이상으로 항생제가 사용되고 있는 실정을 보여줍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감기로 진단된 환자의 65%, 소아의 경우 80% 이상에서 항생제가 처방된 사례도 보고되었습니다.
항생제 처방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감기로 진료받은 후 의사에게 “항생제를 처방받지 않아도 될까요?”라고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의사도 항생제를 꼭 쓰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환자가 항생제를 요구하는 경우엔 처방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와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한다면,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항생제가 필요할 수 있는 경우는?
항생제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항생제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 고열이 3일 이상 계속되며 점점 악화되는 경우 : 폐렴이나 기타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입니다.
- 귀 통증이 심해져 중이염이 의심될 때 : 이 경우에도 반드시 항생제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 고막이 파열될 수도 있으니 항생제를 쓰는 것이 권고되고 있습니다.
- 코가 많이 막히고, 윗 어금니 부위가 아프며, 노란 콧물이 많이 나올 때 : 이 경우는 축농증 여부를 판단하고 항생제를 처방할 수도 있습니다.
- 진한 누런 가래와 함께 기침이 1주 이상 계속될 때 : 세균성 기관지염 또는 폐렴 가능성을 생각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 전신 증상이 심하고, 약 복용에도 효과가 거의 없을 때 : 감기를 통해 세균이 전신으로 퍼지는 경우를 생각해 봐야 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감기 시에 항생제를 쓸 이유는 거의 없습니다.
감기 증상이 심하다고 항생제를 요구하는 건 옳지 않다
가끔 환자들 중에서 “감기 증상이 너무 심하니 항생제를 처방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감기 증상이 심하다고 해서 세균성이라는 증거는 전혀 되지 않습니다.
증세가 심한 감기도 많이 있으니 세균 감염을 의심케 하는 정황상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항생제 사용을 연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항생제는 감기를 빨리 낫게 하려고 처방하는 약이 아닙니다.
정리 – 감기 치료의 핵심은 '기다림'과 '올바른 이해'
감기는 대부분 자연 회복되는 바이러스 질환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싸우고 이겨내는 과정이며, 항생제가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항생제를 오남용하면 우리 몸의 유익한 세균을 죽이고, 항생제 내성을 초래하며, 정말 필요한 순간에 치료가 되지 않는 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의사의 정밀한 판단 아래 항생제를 사용해야 합니다.